‘젊은 유방암 환자’ 아시아에서 많은 이유

서구 여성 85%, 아시아 여성 50%. 서구 여성 58.3세, 아시아 환자 39.3세. 각각 폐경 전 유방암 발병률과 발병 나이다. 서구권보다 아시아권에서 유독 이르게 찾아오는 유방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나쁘다는 것이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남석진 교수,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화이자의 정밀종양학 분야 과학자 정얀 칸(Zhengyan Kan) 박사 공동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을 토대로 서구 여성과 다른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 특성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의 유방암 환자 187명의 암 조직을 전향적 유전체 분석을 실시한 후, 이를 다시 국제 암유전체컨소시엄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분석한 아시아 유방암 환자와 서구권 환자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폐경 전의 ‘젊은 유방암 환자’는 다른 유형에 비해 암 진행 속도도 빠르고, 치료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환자의 평균 나이는 39.3세로 국제컨소시엄 평균나이(58.3세)보다 20세가량이나 젊었다. 유방암의 유형도 달랐다. 아시아 환자는 ‘여성호르몬/성장호르몬 수용체 양성(ER+/HER2+)’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해당 유형의 환자는 16.1%로 국제 컨소시엄에서 발표한 서구권 환자(5.4%)의 약 3배로 나타났다. 해당 유형은 암이 빨리 자라고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치료가 쉽지 않은 ‘루미날 비(luminal B)형 환자가 아시아 여성은 39.2%로, 국제 컨소시엄(33.2%)보다 많았다. ‘루미날 비’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상태에서 암 활성도가 높거나 성장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경우다.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루미날 에이(luminal A)’형은 서구 여성이 45.7%로, 아시아 여성(28.3%)보다 많았다. 해당 유형은 여성호르몬 수용체는 있지만, 암의 활성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아시아 여성은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변이에서도 특징적 차이가 나타났다. BRCA 유전자 변이 정도를 확인한 결과, 아시아 환자는 10.8%, 서구 환자는 4.7%에 그쳤다. TP53 유전자 변이 역시 아시아 환자는 47.9%, 서구 환자는 32%로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아시아 환자는 서구 환자에 비해 면역 세포인 종양침윤성림프구(TIL)는 증가했고, 유방암 세포 성장 억제 인자인 ‘TCF-β’의 분비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박연희 교수는 “아시아 여성과 서구 여성의 유방암 특징은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차이”라며 “아시아의 젊은 유방암 환자에 대한 이해가 분자생물학적 수준으로 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게재됐다.

[사진=Lightspring/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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