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선 등재 후 평가’, 암 환자 접근성 높인다

암 환자의 항암제 접근성 확대를 위해 ‘선 등재 후 평가’ 모형이 제안됐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해 전체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적인 항암제 접근성은 낮다는 현실에서 제안된 모형이다.

18일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 KCCA(Korean Cancer Care Alliance) 특별 세션을 열어 ‘암 환자의 약제 접근성 확대를 위한 길’을 주제로 논의했다.

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봉석 교수는 “최근 4년간 항암 신약들의 급여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OECD 국가 평균 300일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약 2.6배나 늦는 것”이라며 항암제 접근성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는 특히 4기 암 환자의 생명과 집결된 치료 접근성 환경 개선을 위해 신속한 급여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신장암 환자는 1차 약제로 수텐, 넥사바, 토리셀, 보트리엔트, 아바스틴이 허가받았지만 급여 적용 가능 약제는 아바스틴을 제외한 4개 중 1개만 선택할 수 있다. 2차 약제 또한 아피니토 및 인라이타, 옵디보, 카보메틱스 중 아피니토 1개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백진영 대표는 “현재 보험 급여 약제는 매우 제한적이라 비급여 치료를 유지하는데 많은 의료비를 지출해 ‘메디컬 푸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암 환자는 다양한 임상시험 참여, 적응증 허가 약제 사용 등 본인에게 적합한 약제를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암 환자의 현실적 치료에 맞춰 효과 있는 약제를 급여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김요은 교수는 암 환자의 약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선 등재 후 평가’ 모형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맞춤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신약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OECD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 신약 등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특히 항암제는 약제 허가부터 등재 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너무 길어 말기 암 환자들이 급여화 혜택을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요은 교수는 2007년 1월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18개 품목 대상으로 약가 수준과 국내 등재가와 비교 분석했다. 비교분석은 ‘A7′(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와 A7에 호주와 캐나다를 더한 ‘A9’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제도 수용성 및 등재 시기 단축 가능성을 고려할 때 ‘선 등재 후 평가’ 모형에 적정한 가격은 A7 조정 최저가로 나타났다.

A7 조정 최저가 모델을 적용할 경우 연간 87억 정도의 재정을 들여 환자 접근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최종 평가 금액에 따른 차액금은 제약사가 환급하므로 건강보험 재정 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강희정 약제관리실장은 심평원은 약제의 신속 등재를 위해 제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강 실장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뒤 제약사가 급여신청 시 240~270일이 소요된다”며 “항암제는 150일, 희귀의약품은 120일까지 단축시키고자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명석 보험약제과장은 “현재 제도적으로는 평가 및 등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백진영 대표는 “(약을) 써보고 죽나 안 써보고 죽나라는 심정이다”며 “생명과 직결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부담을 줄여줄 있는 방안을 보건당국이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photo_provider3]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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