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도 같이 한다, ‘공유부엌’ 확대해야

‘공유부엌’, ‘공동급식’ 등 비자발적 ‘혼밥족’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식품안전의 날을 맞이해 ‘혼밥의 미래, 함께 먹는 혼밥’ 토론회가 개최됐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주나미 교수는 “사회 구조적으로 혼자 먹을 수밖에 없는 식사를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꿈나무 카드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취약계층 아동, 시간·공간의 제약으로 부실한 한 끼를 강요당하는 비정규직 청년,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빈곤한 노인. 이들은 비자발적 혼밥족이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는 “혼밥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비자발적 혼밥족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3~2015년)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19~29세)의 50%가 홀로 식사를 하고, 65세 이상 1인 가구의 ‘혼밥’ 비율이 높았다. 1인 가구의 약 50%는 세 끼 모두 혼자 먹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요소를 이른바 ‘5S’라고 부른다. 맛(Savor), 안전(Safe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절약(Saving), 사교(Socializing)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본 항목은 ‘사교’다. 친목이라고도 볼 수 있는 사교 항목은 현재 혼밥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단순한 식사의 의미를 넘어선다며 혼밥이 사교 항목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대안으로 공유부엌(공동부엌)을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 1인 가구 정책’ 중 하나인 공유부엌은 이웃과 조리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마을 공유부엌’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취약계층에게 주로 제공됐던 공유부엌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직 공유부엌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에서 진행한 ‘서울시 청년 1인 가구의 공유부엌 인지와 경험’ 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공유부엌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이용한 사람은 26.3%에 그쳤다. 윤지현 교수는 “공유부엌을 이용한 사람도 빈도는 월 1회 정도로 이용도가 낮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공유부엌과 비슷한 시스템으로는 공동급식(마을급식)이 있다. 지역아동센터 급식, 고시촌 식당 등이 이와 가장 가까운 형태다. 박혜경 중앙급식관리지원센터장은 “소규모 급식소에 전문가를 두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소규모 급식소를 위해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가 위생·영양안전관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모델을 적용한다면 지원 영역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부엌과 공동급식 시스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전무이사는 “아침 식사 결식률이 24%를 넘는 상황에서 공유부엌, 공동급식 등을 확대해 국민의 식생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용익 과장은 “공동급식에 대한 영양 위생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gettyimagesbank.com/JV_PHOTO]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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