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진료’ 만족도는 높고 진료비는 낮다

환자는 마음 상하고 의사는 몸 상하는 ‘3분 진료’의 대안이 될까. 15분 동안 상담하고 진료받는 심층 진료가 90% 이상의 만족도와 함께 총 진료비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해 9월부터 시행한 ‘상급종합병원 심층 진찰료 시범사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서울대병원 교수 13명을 대상으로 환자만족도, 진료 내용, 진료비, 회송률 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전반적인 환자 중심의 진료 만족도와 회송률은 높고 검사량과 진료비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심층 진찰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중증 희귀질환 환자 중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한 신환 및 초진환자를 주 대상자로 추진됐다. 대상 환자 373명 중 응답자 276명과 성별과 나이를 매칭하여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대조군 14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내과계, 외과계, 소아과계로 나누어 심층 진료군과 대조군을 비교했다.

환자 중심성 측면에서 외래 진료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심층 진료군 9.04점, 대조군 7.65점으로 나타났다. 진료시간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환자는 심층 진료군에서 92%(254명)로 대조군과 (71%, 99명) 20% 가까이 차이 났다. 대조군에서 불만족 응답 대상자 41명에게 적정 진료시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12.8분으로 ’15분 진료’에 가깝게 나타났다. 특히 내과계에서 심층 진료 시 환자 만족도가 가장 증가했다. 심층 진료군의 환자권리보장에 대한 평가는 3.64점으로 대조군(3.13점)과 비교해 0.51점 높았다.

진료 내용 측면에서는 검사량과 처방 약제량을 조사했다. 진단검사량은 심층 진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전체적으로 적었다. 진단검사량은 중증질환자와 내과계에서 적고 소아과계에서 다소 많았다. 영상의학 검사량과 약제 처방량은 심층 진료군이 약간 더 많았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초기면담이 충분히 이루어짐으로 인해 재진 시 시행될 검사와 처방이 줄고 초진 시 충분한 검사와 투약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진료비는 심층 진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았다. 일반 환자 진찰료는 1만 8800원(6세 이상 건강보험환자)으로 100% 본인부담이다. 심층진찰료는 9만 3980원(건강보험환자)으로 책정되지만 본인부담율이 25%로 2만 3495원이다.약 5000원의 진찰료 차이가 보이지만 검사 및 투약량 차이 때문에 총진료비는 심층 진료군이 9.2% 낮았다. 같은 이유로 특히 내과계와 중증질환군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중증질환자 심층 진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총 진료비가 22.17%나 낮았다.

회송률의 경우, 심층 진찰군과 대조군에서 회송률이 각각 44.4%와 39.1%였고, 특히 진료회송서 및 소견서를 발급하여 회송하는 적극적 회송의 경우에는 각 19.5%와 4.2%로 심층 진찰군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권용진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동네 의원으로 돌려보내는 회송이 의료전달체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심층 진료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대상이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된 점, 일부 진료과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어 추후 대상기관 및 진료과를 확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다음 연구에서 심층 진료의 수가 수준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용진 단장은 “심층 진료 사업을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 환자 중심의 적정 진료를 실현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대안 마련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밝히고 “이번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및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고도화된 진료에 집중하고 경증환자를 지역사회로 적극적으로 회송함으로써 의료체계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울대병원]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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