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담배, 향으로 흡연 중독 유도

국내 대다수 궐련 담배가 향과 맛으로 손쉽게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국내 시판 궐련 담배 60종을 대상으로 담배잎 내 첨가물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든 담배 제품에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코코아 성분인 테오브로민이 59종, 바닐라향을 내는 바닐린이 49종, 박하향을 내는 멘톨·이소멘톤·이소푸레골 등이 46종 제품에서 검출됐다.

지난 2017년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담배의 가향 성분은 흡연 시도의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흡연 경험자 906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흡연 경험자의 70% 이상은 “담배 제품의 향이 담배 맛을 더 좋게 하고 흡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 등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답했다.

가향 담배로 한 두 모금 담배를 피워본 경우 일반 담배에 비해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1.4배 높았다. 또 가향 담배로 흡연을 시도해 현재까지 가향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약 70%에 달하는 반면 일반 담배로 시작해 현재 일반 담배를 흡연하는 경우는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가향 성분은 향과 맛으로 담배 고유의 자극성을 무디게 한다. 특히 코코아 성분 테오브로민, 박하향을 내는 멘톨 등은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어 담배 연기 흡입을 더 깊게 하도록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규제 기본 협약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향 성분 등 담배 맛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의 사용 금지를 권고한다. 미국·캐나다·유럽 등 여러 국가는 가향 성분 첨가를 규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번 조사는 국내 시판 담배 제품 중 캡슐 담배뿐 아니라 일반 궐련 담배에도 다양한 가향 성분이 첨가돼 있음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가향 성분에 대한 규제 방안이 담긴 법률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진=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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