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시험 안전 감독, ‘책임 떠넘기기’?

환자·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임상 시험 안전 관리 문제에 부처 관계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임상 시험 대상자의 생명 안전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최근 대형 병원은 지하철 광고를 통해 경쟁하듯이 임상 시험 피시험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해마다 임상 시험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상 시험 6위 한국, 국민 안전은 미지수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보건복지부의 ‘임상 시험 5대 강국 도약’ 발표와 임상 시험 증가 추세를 강조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7년 임상 시험 승인 현황 결과’ 발표를 두고 “관계 부처가 임상 시험 점유율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임상시험본부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는 글로벌 임상 시험 점유율에서 6위를 기록했다. 또 서울은 도시 단위의 임상 시험 점유율 1위를 차지해 전 세계에서 의약품 임상 시험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도시로 꼽혔다.

김남희 팀장은 “글로벌 제약 회사 사이에서 한국은 정부 지원이 많은 ‘임상 시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며 “관리 감독이 충분하지 않다면 글로벌 임상 시험의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현 의료연대본부 동남권원자력의학원분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 시험 안전과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김 분회장은 흉부의과 전문의로서 지난 2015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시행한 임상 시험에 대해 ‘임상 시험 후 담당 환자를 포함해 폐암 환자 7명 중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재발했다’고 내부 고발한 바 있다.

김재현 분회장은 “식약처는 당시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잘못된 언론 보도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며 “관리 기관이 정정 요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사가 위태로운 환자에게 부실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식약처-과기정통부, 관리는 어디서?

이남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제도과장은 “식약처는 약사법에 의거한 임상 시험, 즉 의약품을 연구 개발할 목적으로 시행되는 임상 시험에만 관련돼 있다”고 했다. 이 과장은 ‘임상 시험 늘리기’ 지적에 대해 “임상 시험 5대 강국 목표는 복지부의 업무 계획이었다”며 “다만 임상 시험 증가를 통해 임상 희귀 난치 질환 의약품 등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이는 국민의 치료 기회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신약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면서도 “현실은 우리나라의 환자·의료 인프라를 통해 다국적 기업이 신약 개발을 하고 이를 다시 비싼 값에 사들이는 형국”이라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임상 시험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피시험자인 국민이 그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점이 문제인 것”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복지부가 임상 시험 5대 강국 목표를 통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면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할 일”이라고 했다. 또 “최근 식약처가 전반적인 규제 완화를 해나가는 만큼 안전 관리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해줘야 임상 시험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신뢰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임상 시험에 대한 재원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서경춘 생명기술과장이 자리했다. 서 과장은 “민간 임상 지원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담당해 임상 시험 사례는 잘 알지 못한다”며 “연구 책임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관리 책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정희 본부장은 “담당 부서는 다를 수 있으나 임상 시험 과제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과기정통부에 지속적으로 전달된 사항”이라고 했다. 김명희 사무총장도 “과기정통부의 국가 연구 개발 관리는 지원한 예산을 통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감독하는 일을 포함한다”며 “자금만 지원했다고 끝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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