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강권, 왜 위험한가?

술이 약한 사람은 직장 회식이 늘 걱정이다. 선배들이 강제로 술을 권하는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게지는데, ‘몸을 사린다’며 술을 계속 강권한다. 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태생적으로 술을 못하는 사람이 음주를 이어가면 건강을 크게 해친다. 술 권하는 문화와 건강에 대해 짚어보자.

1. 술 못하는 사람 따로 있다

술을 잘 마시고, 못 먹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규명이 됐다.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이, 성별, 인종, 체중, 가족력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몸 안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효소와 같은 유전적 요인, 성별, 환경적, 신체적, 생리적 요인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사람은 같은 양과 도수의 술을 마시더라도 얼굴이 쉽게 빨개진다. 일찍 취하고 숙취도 오래 간다. 여성이 남성보다 술에 약한 이유는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가 2배가량 적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개인차가 있다. 남녀가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면 여성이 더 빨리 취하고 해독도 느리다.

안상훈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음주로 인한 간 손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는 알코올 대사의 첫 단계인 위 안의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적어 알코올의 생체이용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 술 한 잔에 얼굴이 벌게지는 이유

술을 마시면 금세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몸 안의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적기 때문이다. 음주 후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ALDH에 의해 초산으로 바뀐 뒤 물과 이산화탄소로 최종 분해돼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술을 마신 다음 머리가 아프거나 구토가 나는 이유는 대사 과정에서 쌓인 아세트알데히드 때문이다. 개인의 주량은 아세트알데히드를 간에서 얼마나 빠르게,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태생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술을 강권하는 것이 위험한 것은 이 때문이다.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몸에서 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3. 술은 마실수록 는다?

알코올 분해효소는 술을 자주 마실수록 약간 늘어나기도 한다. 술을 자주 마시면 ‘술이 는다’는 말이 생기게 된 이유다. 그렇다고 일부러 술을 매일 마시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주 횟수가 잦으면 간이 휴식을 취하면서 충분히 회복되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간의 피로가 쌓이게 되고 알코올 분해 능력도 떨어져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안상훈 교수는 “술을 매일 마시거나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폭음은 알코올성 간질환 위험을 높인다”면서 “하루 40-80g(소주 1/2-1병)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간 손상의 위험도가 커진다”고 했다. 간 전문의들은 술을 마셨다면 적어도 3일 정도는 금주를 해야 간이 충분히 쉴 수 있다고 했다.

4. 건강을 해치지 않는 음주량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술을 권해도 해가 되지 않는 음주량은 있을까? 이를 저위험 음주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저위험 음주에 대해 순수 알코올 섭취량 기준으로 남자는 하루 40g(소주 5잔 정도)이하, 여자는 하루 20g(소주 2.5잔)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저위험 음주의 기준을 벗어나면 위험음주가 된다. 전문가들은 위험음주의 대표적 사례로 폭음을 들고 있는데, 한 번 마실 때 취할 정도로 술을 몰아서 마시는 것을 말한다. 성인 남자는 소주잔 기준으로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를 말한다. 폭음은 뇌기능에도 영향을 줘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5. 빈속의 음주, 빨리 취한다

영업하는 사람들은 술 약속이 있으면 미리 든든하게 속을 채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빈속에 안주 없이 급하게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한다. 식사를 충분히 한 후에 안주와 함께 천천히 술을 마시면 쉽게 취하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음주습관이나 음식섭취 등도 알코올 흡수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모임은 술만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자주 물을 마시고 안주는 두부나 채소, 과일 등이 좋다.

하루 한두 잔의 술은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금주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하면 술은 1군 발암요인이기 때문이다. 하루 1-2잔의 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했다. 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영원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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