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치매와 어떻게 구별하나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파킨슨병’. 매년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4월 11일이 파킨슨 의사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010년 6만 1565명에서 지난해 10만 716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파킨슨병 환자가 늘어나는 주원인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로 보고 있다. 파킨슨병이 노화와 관련 있는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병이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손상 부위, 치매와 달라

‘퇴행성 뇌질환’이라고 하니 알츠하이머로 대표되는 치매로 발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여의도 성모병원 뇌건강센터의 나해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은 어디가 손상되느냐를 봤을 때 병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병”이라는 입장이다.

“기억력 감퇴로 대표되는 치매와 다르게 파킨슨병은 운동 능력과 관계가 깊다”는 나 교수의 설명처럼 두 병은 발병 부위도 완전히 다르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해마 크기가 줄어드는 게 대표적인 알츠하이머의 특징으로 기억력, 수행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파킨슨병은 ‘흑질’이라고 불리는 부위의 뇌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신경질환이다. 흑질의 신경세포는 우리 몸이 적절한 동작을 하도록 조절하는 도파민을 생성하고 분비한다. 나이가 들면서 뇌 신경세포에 ‘시누클레인’이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여 도파민을 생성하지 못하는 것.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으면 몸이 떨리고 근육이 경직되며, 움직임이 느려지고 자세도 불안정해진다. 다만 나 교수는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뇌 전반적인 퇴행이 일어나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몸이 마음대로 안 되는 ‘운동장애’가 대표적

파킨슨병의 증상은 ‘운동 장애’로 대표되는데 크게 네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주기적으로 몸이 떨리게 된다. 처음에는 손, 발에서 시작하는데 이 떨림이 노화와 다른 점은 긴장하거나 피곤한 것도 아닌데 손 떨림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릎 위나 책상 위 등 가만히 놓고 있는데도 떨림이 나타나 ‘안정 떨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환자 자신이 알아보기 쉬운 증상으로는 몸이 뻣뻣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강직, 근육의 경직이라고 하는데 팔다리를 펼 때 마치 나무막대를 구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팔을 굽힐 때 톱니바퀴를 돌리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저항감을 느낀다.

걸을 때 ‘쭈뼛쭈뼛’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보행장애가 나타난다. 보폭이 짧아지고 발을 질질 끌면서 걷게 되는데, 몸을 뒤로 돌리려고 하면 발이 마치 땅에 붙어 떼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걷다가 멈추려고 할 때 마음대로 걸음이 멈춰지지 않아 쓰러지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무표정해지는 것도 대표적인 파킨슨병의 증상이다. 운동신경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 근육에 영향을 받는 표정이 점차 없어지는 것. 말도 느리고 어눌해지며 목소리도 작아질 수 있다. 눈 깜빡임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파킨슨병의 증상으로 이런 운동장애를 주로 꼽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뇌 전반의 퇴행이 일어나기 때문에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도 흔하게 나타난다.

완치 어려워…삶의 질 개선이 우선

파킨슨병은 발병의 특성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질환의 진행억제와 증상 완화다. 삶의 질 개선을 중점으로 한다는 것. 현재 파킨슨병의 주 치료법은 약물치료로 부족한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약물치료는 5년에서 10년 정도 진행하는데, 10년쯤 진행되면 약 기운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류철형 교수는 “정확히 말하면 내성은 아니지만 병이 진행되고 약을 오래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약이 듣는 시간이 짧아지면 복용량을 늘리거나 복용횟수를 늘리게 되는데 그 부작용으로 졸린 증상이나 어지럼증,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약 기운이 있을 때 몸이 꼬이거나 흔들리는 이상운동증도 대부분 나타난다.

약물치료를 오래 진행하여 이처럼 한계가 오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류 교수는 “수술을 해도 약물치료는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치료는 근본적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는 없으며 약물치료를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것. 수술은 뇌에 전기 자극을 흘러 넣는 구조물을 삽입하여 운동의 오작용을 교정한다. 수술 후에는 약의 용량이나 횟수를 50%까지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Photographee.eu/sh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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