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스캔, 득보다 실이 클 수도

건강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게 목적이다. 주로 심장질환과 암이 대상이다. 조기 사망의 1/4은 심장질환 탓이지만, 그중 50~80%는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 검진은 대체로 권할 일이다.

그러나 건강검진의 모든 항목이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상업적 검진에 관한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9일 보도하면서 특히 전신 스캔의 유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영국 국립 의료원 심장질환 예방 국장 매트 커니 박사는 “대중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건강 검진에서 흔히 행하는 일부 검사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보건당국(NHS)은 40세 이상 성인은 5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고한다. 뇌졸중, 당뇨병, 치매, 심장, 신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커니 박사는 이 정도가 합리적인 검진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전신 스캔. 미국에서 1000명 이상의 중년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전신 스캔을 한 번 하면 평균 2.8 건의 ‘비정상’을 찾아냈다. 그중 2/3는 수술 등 후속 조치가 따랐다.

다트머스 대학교 길버트 웰치 교수는 “전신 스캔 때문에 불필요한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웰치 교수는 “어찌 보면 우리 신체는 비정상으로 가득한데 현대 검진 기법은 너무 세밀한 부분까지 집어낸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신 스캔을 많이 하는 지역일수록 신장 적출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전신 스캔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장비가 여러 장기에서 찾아낸 비정상적인 지점들을 의료진은 어떻게 해석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웰치 교수에 따르면 문제가 발견된 장기에서 외과적 수술로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지만 이게 무슨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해를 미칠지는 명확하다. 환자들은 불안에 떨어야 하고, 침습적인 수술을 받아야 하며, 그에 따른 합병증과 드물지만 사망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

가디언은 한국의 사례를 들었다. 갑상샘암 진단이 20년간 15배가 늘었지만, 그 병으로 죽는 사망률은 변화가 없었다.

뇌스캔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부정적이었다. 뇌스캔을 하면 2%의 확률로 뇌동맥류가 발견된다. 이 경우 모두 뇌를 열어 수술을 해야 할까? 대개 그냥 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수술이 문제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거릿 매커시 박사는 “사람들이 최근 유행하는 상업적 검진기법이 가진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 잘 모른다”며 “특히 오진의 가능성을 간과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국 보건당국은 특히 위양성(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됐으나 아무 문제 없는 경우)의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혹시 병원이 ‘부당하고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검진을 한 것이 아닌지 조사하는 것이다.

커니 박사는 그러나 “어떤 증상이 발생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 검진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의료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원한다면 상업적 검진을 받아야겠지만, 소비자로서 검진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주의를 기울여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 Tyler Olson/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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