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 사용한 식기, 암도 옮나?

주부 김모 씨(여, 46세)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입원중인 남편 이모 씨(47세)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같은 식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 국물 하나를 각자의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도 자주 있다. 늘 남편 곁을 지키고 있는 김 씨에게 암이 전염될 우려는 없을까.

1. 암은 전염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얘기해 암은 전염성 질환이 아니다. 얼굴을 맞대고 있다거나 접촉을 통해 옮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위암 환자와 그릇이나 컵을 같이 쓰는 등 일상생활을 통해 암이 퍼져 나가지 않는다. 늘 남편을 간병하는 김 씨도 위암이 전염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문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위암이 옮는다는 얘기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다루는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전체 위암 환자의 40~60%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양성으로 나올 정도로 이 균의 감염자는 위암의 상대적 위험도가 높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에 염증을 일으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을 일으키면서 유전자의 변이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위암 발생의 위험도를 2.8~6.0배 증가시킨다.

3. 찌개 하나를 같이 먹는다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암 자체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균이 옮겨지는 것이다. 한 그릇에 있는 음식을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부모가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먹일 때 전염될 수 있다. 술잔 돌리기 등의 생활습관도 위험하다.

위암 환자의 직계 가족이나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 질환이 있는 사람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됐다면 치료해야 한다. 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가족들의 위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4. 위암이 전체 암 발생 1위인 이유

2017년에 발표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위암은 남녀를 합쳐서 전체 암 발생의 13.6%로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국내에서 21만4701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그 중 위암은 2만9207건이나 됐다. 환자 남녀 성비는 2대 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위암은 남성 암 중 1위, 여성의 암 중 4위였다.

전훈재 고려대 의과 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위암은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면서 “위암 발병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식습관, 생활방식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5. 조기 발견이 어려운 위암

조기 위암은 무증상이 약 80%, 속 쓰림이 10%일 정도로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궤양을 동반한 조기 위암의 경우에는 속 쓰림 증상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환자가 느끼는 대부분의 증상은 소화 불량 정도로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암이 진행돼도 특이 증상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체중 감소 증상이 약 60%, 복통 50%, 구토 30%, 식욕 감퇴 30%, 연하 곤란(삼키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증상) 25%, 위장 출혈이 20%의 확률로 나타난다. 상복부의 불쾌감, 팽만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도 잘 살펴야 한다.

6. 백합과 채소(파, 마늘, 양파), 위암 예방에 도움

세계암연구재단(WCRF)에 따르면 파, 마늘, 양파 등 백합과 채소, 신선한 과일이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영양 보충제로 항산화 물질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암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금에 절인 음식을 즐기거나 가족들이 찌개 하나를 각자의 숟가락으로 떠먹는 식습관은 위암 예방에 좋지 않다. 불에 탄 음식, 햄 소시지 등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절제하고 위암 발생을 3~4배 높이는 흡연도 자제하는 게 좋다.

전훈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40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위 내시경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면서 “정기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진단하고,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치료를 받으면 위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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