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대목동병원 관행이 신생아 죽여”

경찰이 20년 이상 지속된 이대목동병원의 주사제 나눠 쓰기 관행을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오는 10일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된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법원은 지난 4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된 의료진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모 교수, 전임 실장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이 밖에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자 심모 교수, 전공의 B씨, 간호사 C씨와 D씨 4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의료진이 ‘주사제 1병을 환자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1인 1병’ 감염 관리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신생아들이 사망한 전날 6년차 간호사 C씨와 신입 간호사 D씨는 지질 영양제 1병을 주사기 7개에 나누어 장시간 상온에 방치하고 나서 신생아 5명에게 투약했다. 이 가운데 4명이 투약 다음 날 연달아 숨졌다.

경찰은 이번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핵심인 ‘약제 나눠 쓰기’ 관행이 이대목동병원이 개원한 1993년부터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박모 교수 등은 신생아 1명에게 1주일에 주사제 2병만을 처방하면서 간호사에게는 매일 투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주사제 2병을 일주일 동안 나눠 쓰는 관행이 등장한 것이다.

2010년 처방량과 투약량이 일치해야 하는 국제의료기관평과인증(JCI) 기준 통과를 위해 조모 교수와 박모 교수는 신생아 1명당 매일 1병씩 투약하도록 처방 내용을 변경했다. 그러나 실제 간호사들은 계속해서 주사제를 나눠 썼고 교수진은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지 않았다.

또 경찰은 “이대목동병원은 처방을 바꾼 2010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투여일마다 신생아 1명당 매일 1병을 쓴 것처럼 의료비를 허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7년까지 병원이 청구하는 의료비를 모두 인정했다.

의료진이 불명확한 투약 처방을 확인 및 점검하지 않고 환자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점도 지적됐다.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진은 2017년 9월 병원 내에서 사용된 지질 영양제가 250㎖ 용량 ‘클리노레익’에서 500㎖ 용량 ‘스모프리피드’로 변경됐지만 바뀐 주사제의 사용 지침을 확인하지 않았다. 또 2010년 박모 교수가 한 차례 주사준비실에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근무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 내 주사준비실에 한 차례도 들어가지 않았다.

의료진 감염 교육도 없었다.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조모 교수와 수간호사 A씨에게 감염 교육 사항을 지속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교육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신생아 중환자실 내 오래된 위법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한 감독자의 중대한 과실과 환자 안전의 기초가 되는 의사의 감염 교육 미실시, 의료진 가운데 누구도 약물의 사용 지침조차 읽지 않을 정도의 무책임한 태도 등에서 비롯됐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안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피의자 7명을 비롯해 이대목동병원의 전현직 의료진 65명을 조사했고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관련 학회 등 전문 기관에 총 37차례 감정·자문을 받았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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