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재판’ ‘마녀 사냥’ 의사-간호사 반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의료진 3인에 대한 구속 수사 결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새벽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 A교수, B교수, 수간호사 C씨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의 혐의는 의료 행위 지도·감독 의무 소홀로 신생아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다.

유가족 등은 “의료진 구속 수사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신생아 감염 사망은 명백한 의료진 과실이라는 것. 이러한 의견에 시민도 상당수 동조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망한 신생아들은 오염된 지질영양제를 맞고 패혈증을 일으켰다. 또 경찰 조사 결과를 통해 의료진이 손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점, 주사기에 옮겨 담은 지질영양제를 상온에 장시간(5~8시간) 방치한 점 등이 지질영양제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계는 “의료진 구속 수사는 시스템 문제를 도외시한 마녀 사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속된 의료인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일 뿐, 진짜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구속 결정에 대해”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실무진을 사태 발생의 근본적인 책임자를 만들어 처벌 일변도로 일관하려는 수사 행태”라며 “신생아의 사망 원인이나 신생아가 의료진의 어떤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인과 관계와 물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도 “사건이 발생한 지 100여 일이 지났고 수사도 종결되는 시점임에도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며 “의료인에게는 법 이상의 국민 정서라는 잣대까지 들이대 심판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의료계 단체는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취약함을 문제 삼았다. 구속된 의료진의 혐의가 의료 행위의 감독 소홀에 있다면 보건 당국과 이대목동병원 경영진에게도 같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원회(간호사연대·행동하는 간호사회·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인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가 적용된다면 제대로 된 감염 관리 지침조차 구비하지 않았으며 감염 관리 지침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어야 할 병원장 등 경영진의 책임 소재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 “이렇게 허술하게 감염 관리를 하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에 의료 기관 평가 1등급을 줬던 보건복지부는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이 없는가”라고 말했다.

이대목동사건 대책위 측은 “의료진은 의료진의 책임 소재가 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장, 이대목동병원장, 보건복지부 등 총 책임자들은 쏙 빠지고 상대적 약자만을 처벌하려는 현재의 수사 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적정한 의료 전달 체계가 부재해 대한 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현상이 야기된 점, 의료 기관 평가 줄 세우기로 불합리한 의료 수가가 유지돼온 점을 들어 정부를 비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측은 병원장과 재단 이사장에 대해서도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의료 인력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도록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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