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 ‘나 떨고 있니?’

3월 결산 시즌이 지나면서 제약 바이오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의 테마 감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제약 바이오 기업의 연구 개발비(R&D) 회계 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자 본격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그간 제약 바이오 기업의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 문제는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일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의 연구 개발 비용 자산화는 글로벌 제약사의 2배 규모에 달한다.

골다공증 및 관절염 신약을 개발하는 오스코텍의 경우 연구 개발비 28억7700만 원을 전부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고, 동물 의약품 개발 업체 코미팜의 연구 개발비 자산화 비율도 무려 98%(21억 원 가운데 20억 원)에 달한다. 또 인트론바이오는 17억 원의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분류했는데 비중이 73.1%였다. CMG 제약도 연구 개발비 72.3%를 자산으로 분류했다.

제약 바이오 기업이 연구 개발비를 무형 자산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계상 영업 이익이 증가하고 자산 규모가 확대돼 우량 기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착시 현상인데 상장 기업의 경우 투자자가 몰리게 되고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런 상황이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 당국이 기업의 자의적인 행위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감리에 나섰다.

바이오 기업도 금융 당국의 감리에 맞서 변화를 모색 중이다.

혁신형 제약 기업 제넥신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넥신은 2월 28일 2017년 실적을 공개하면서 매출 284억 원, 당기순이익 11억 원을 달성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7년 말 중국에 6000억 원 규모의 면역 항암제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계약금 약 130억 원이 매출로 인식됐다.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흑자 전환에 기여했다. 하지만 제넥신은 지난 3월 15일 흑자였던 당기순이익을 갑작스럽게 193억3000만 원의 손실로 정정했다.

이유는 자산으로 인식했던 연구 개발비에 대한 회계 처리를 비용 처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본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제넥신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보수적인 회계 정책을 적용해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최근 제기되는 연구 개발비 회계 처리 우려가 해소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로 잘 알려진 차바이오텍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차비이오텍은 2017년 실적을 공개하면서 5억3000만 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으나 외부 감사의 회계 처리 기준 강화로 2017년 8억8100만 원의 손실을 냈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 역시 연구 개발비 처리가 문제였다. 차바이오텍의 경우 연구 개발비 자산 비율이 무려 85.2%에 달한다. 연구 개발비에 쏟아 부은 비용이 55억1200만 원 이었는데 이중 46억9800만 원을 무형 자산으로 처리했다.

특히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서 한국거래소가 관리 종목으로 지정했다. 차바이오텍 측은 “관리 종목 지정은 회계 감사 기준 강화로 제약 바이오 업계 전반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언급했다.

제넥신과 차바이오텍 외에도 파마셀, 일양약품 등도 연구 개발비 분류를 변경하면서 2017년 실적을 수정 공시했다.

IBK투자증권 박시형 연구원은 “이번 테마 감리에 따른 연구 개발비 점검은 제약 바이오 업계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문제의 소지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연구 개발비 무형 자산 인식 범위에 이견이 있지만 이번 감리로 원칙이 나오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 언급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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