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교수 가족, 피해자 윽박질렀다 ‘배상’

– 가해자, 실형 마치고 1억 5200만원 위자료

제자들을 성추행한 전직 대학교수에게 실형 처벌에 이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에게 지금까지 성추행 배상액을 훌쩍 뛰어넘는 1억 5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재판부는 성추행 피의자 가족이 법원에서 피해자를 윽박지르며 따진 것도 배상액에 포함해 ‘2차 피해’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2년 반 실형을 살고 출소한 강석진 전 서울대 수학과 교수에게 지난 20일 “학생 A에게 6700만원을 배상하는 것을 비롯해 5명에게 모두 1억 5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실은 성추행 피해자들이 판결내용 공개에 동의해 26일 뒤늦게 밝혀졌다.

A씨 개인에게 지급될 위자료는 대학원생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 1월 대학원생과 부모에게 지급도록 판결받은 위자료 7200만원(1심 판결은 9400만원)보다는 적지만, 강간범죄 위자료가 5000만원을 넘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는 뜻깊은 금액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모 교수의 경우 “제자와 자신이 연인관계,” “제자가 먼저 접근했고 무고를 했다” 등의 적극적 거짓말을 한 점이 배상액 산정에 크게 반영됐다면, 이번 판결은 성추행 행위의 피해가 집중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향후 성추행 판결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 씨는 2014년 12월 제자들을 상습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이듬해 2월 기소됐으며 5월에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6월 1일 만기 출소했다.

A씨는 강 씨의 성추행 때문에 학자가 되려는 꿈을 접고 회사에 취직했지만 교수의 꿈을 버리지 못해 강 교수를 만났다가 2차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에 불안, 우울, 무력감에 대인기피와 공황장애 증세를 보였다. 법무부의 스마일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회사에 지각, 병가가 잦아 감봉 처분을 받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재판 기간에 심리가 끝나고 강 씨의 가족으로 보이는 노년 여성으로부터 “이걸로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우격다짐의 항의를 받았고 일행들이 길을 막아서 주위의 도움의 받아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후 2차 피해에 대한 걱정으로 일에 집중하지 못해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강 씨와 가족이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도록 한 각서를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500만원, 각서의 비밀유지 조항을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200만원의 배상액을 부가했다.

이밖에 B씨도 불면증, 두통, 불안, 무력감 등을 겪고 밤에는 과식하면서 심신의 건강을 해쳤다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당했다. C씨는 중년 남성에 대한 거부감과 경계심으로 ‘회식 공포증’이 생기는 등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다.

피해자들은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고심한 끝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에 대해 엄격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하고, 2차 3차 피해에 대해서도 예방하고 보호하려는 법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환영하면서 “이 판결이 성추행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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