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 잘못된 기대 심어줄까 우려

미국의 <타임>이 메디컬 드라마의 문제를 진단한 새 연구에 대해 보도했다.

애리조나에 위치한 성 조셉 병원의 연구진은 메디컬 드라마, 특히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가 실제 수술과 치료 과정에 대해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진작부터 너무 극적인 사례를 묘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소위 ‘막장’성 드라마. 2005년 방영되기 시작해 시즌 14까지 이어지는 동안 이 극의 환자들은 폭탄을 삼키고, 나무에 꿰이고, 시멘트와 함께 굳어가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연구를 위해 두 명의 외상 전문의와 한 명의 간호사가 <그레이 아나토미> 에피소드 269편을 보면서 극중에서 병원을 방문한 외상 환자 290명의 인구 통계, 입원 패턴, 입원 기간, 부상의 심각성, 그리고 치료 결과를 기록했다. 그런 다음 이 데이터를 국립 외상 정보은행에 보관된 진짜 환자들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연구진은 많은 차이를 발견했다. 현실에 비해 극중 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훨씬 빨리 옮겨졌다. 또한 퇴원하기까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짧았다. 현실의 외상 환자들은 집에 가기까지 매우 길고 지루한 회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논문을 쓴 조단 웨인버그 박사는 “요즘은 환자의 만족이 중요한 시대”라면서 “기대와 현실 사이에 차이가 크면 환자는 자기가 받는 치료를 못마땅하게 여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료진에게도 그를 치료하는 것이 고단한 과정이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청자는 교육 목적으로 메디컬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즐기기 위해 보는 것이다. 연구진도 그 점을 고려한 듯 <그레이 아나토미>의 주인공 “메레디스 그레이 박사의 길고 긴 여정을 따라가는 데 심각한 해악은 없다”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계 안에서 “제작진은 그만하면 잘하고 있는 것”이라 촌평했다.

[출처=그레이 아나토미 캡처]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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