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유기, 낙태죄 폐지하면 줄어들까

오죽하면 자작극을 벌였을까. 신생아 유기 사건을 벌인 미혼모에게 보내는 일부 시선이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이었기 때문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면 어떨까. 원치 않는 출산이 줄어들까?

신생아 유기는 비판받을 일이지만, 한편에선 이번 자작극 주인공을 돕고 싶다는 경찰 문의도 늘었다. 두둔할 일은 아니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없으니 무책임한 행동을 했겠구나 싶은 시선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고 유기된 신생아를 구조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20대 여대생의 사건은 이 여성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경찰 통계에 의하면 영아유기 사건은 2016년 기준 109건 발생했고, 매년 100여 건 내외의 영아유기 사건이 벌어진다.

영아유기 사건의 일부는 이번 사건처럼 어린 미혼모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했을 때 일어난다. 그렇다면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임신은 제대로 된 성교육과 연관이 있다. 금욕을 강조하는 성교육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플로스원 저널에 실린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금욕을 요구하는 성교육은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교육 방식을 고집한 지역의 임신과 출산율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성관계를 막는 것보단 피임법을 제대로 알려주고, 임신과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미 임신한 상태라면 어떨까?

원치 않는 임신이지만…결정권도 없어

임신한 여성이 출산을 원치 않는다면 이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문제로 넘어가게 된다. ‘낙태’라는 민감한 문제다.

현행법에서의 낙태 허용 범위는 성폭행을 당했거나 유전학적 질환 혹은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했을 때, 모체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등으로 한정된다. 협소한 예외 사항을 제외하곤 불법이다.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태아 생명권’이다. 태아도 생명이므로 생명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낙태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06년 기준,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낙태 수술을 한 인구는 2000만 명이고, 이 중 6만8000명이 사망했다. 이는 음성화된 불법 시술이 늘어난 탓이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위험한 수술을 받아 합병증, 출혈, 감염 등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는다.

루마니아 사례, 낙태 폐해 여실히 드러내

이는 루마니아의 사례를 통해 증명된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의 저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1992년 미국공중보건학회지에 실린 논문의 루마니아 사례를 잘 다루고 있다.

루마니아는 1966~1989년 낙태금지법인 ‘Decree 770’을 시행했다.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의학적으로 산모 생명이 위협 받는 임신, 자녀가 4명 이상이거나 산모 연령이 45세 이상인 경우만 예외로 두고 낙태를 금지한 법이다.

낙태금지법을 시행한 첫 4년간은 출산율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낙태수술 명분을 만들기 위해 가짜 진단명을 받는다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유산을 유도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과는 다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낙태 기회를 놓친 여성들이 출산한 아이 중 상당수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이번 20대 신생아 유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버리고 방치하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영양결핍과 유아사망이 늘어났다.

루마니아 사례를 통해 볼 때 낙태죄와 영아유기는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는 만큼 사회적 보호 장치 없이 낙태죄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피임에 대한 인지가 약하고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빈곤층 여성들은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보다 진전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사진=Lopolo/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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