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진단 장비 국내 한 대도 없다”

뇌전증 환자를 위한 보건의료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전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뇌전증학회, 한국뇌전증협회가 주관한 ‘편견과 차별에 신음하는 뇌전증 환자’ 토론회가 개최됐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은 “뇌전증이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뇌 질환에 꼽힘에도 뇌전증 환자들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장은 “뇌전증 진단, 수술을 위한 장비가 국내에 한 대도 없어 환자들이 검사를 위해 해외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치매 국가 책임제’로 1조가 넘는 예산이 치매 예방 정책에 투입되었지만 뇌전증 지원을 위한 센터는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암 대한뇌전증학회 사회위원장은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는 경련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과 경련 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하다는 점을 가장 많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병을 치료하고 사회 활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보다 병을 어떻게 숨길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것이다.

최소 1년 이상 증상이 없는 뇌전증 환자 22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은 “친구들이 뇌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51%가 ‘대부분 모른다’, 42%가 ‘아무도 모른다’라고 답했다.

뇌전증에 대한 인식 수준도 크게 뒤떨어졌다. 우리나라 중고등교사 604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뇌전증은 유전 질환”이라고 생각했으며 36.8%가 “뇌전증 학생은 정규반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중고등학생 13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3.4%가 “뇌전증은 정신 질환”이라는 질문에 ‘그렇다’ 또는 ‘모른다’고 답했다.

뇌전증 환우 대표는 “뇌전증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유전적 질환이나 정신병이 아니라 사고로 인한 뇌손상, 뇌경색 등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라며 뇌전증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거두길 호소했다. 과거와 달리 뇌전증 환자의 70%는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토론단은 정부 차원에서 뇌전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 뇌전증 환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이 많아 자살 등 위험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승봉 회장은 “뇌전증은 증상 자체보다 주위의 시선 때문에 더 고통받는 유일한 질환”이라며 “뇌전증 환자를 위한 적절한 의료 환경, 사회적 보호망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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