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사람다운 삶!!

음력 섣달 초이틀. 미세먼지에 내몽골황사 그리고 아침 안개(서해안 내륙). 뿌옇고 자욱한 잿빛 하늘. 콜록! 콜록! 저마다 마스크차림.눈 먼 자들의 도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 무시무종(無始無終). 삶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 그저 저 시냇물처럼 밤낮으로 어디론가 흘러갈 뿐이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시대.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삶. 휴식이 있는 인간다운 생활. 저녁이 있는 삶. 1979∼1992년에 태어난 에코세대의 가치관. 대한민국 2016년 대졸 신입사원 중, 1년 안에 퇴사한 비율이 무려 27.7%. 연봉보다는 근무시간 보장이 더 중요. 직장마다 20∼30대 젊은 퇴직준비생들 갈수록 늘고 있다. 쓸데없는 회의, 관행적인 회식, 가족회사라는 이름아래 벌어지는 수많은 사생활 침해, 숨 막히는 군대식 조직문화…

이 땅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오로지 일벌레로 살아왔다. 그 이후의 민주화세대(1964∼1978년생)도 큰 차이 없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선배들의 ‘무대뽀 문화’에 무작정 끌려왔다. 하지만 이젠 ‘일주일 30시간대 근무’시대. 한 주 ‘나흘 일하고 사흘 쉬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일과 삶 그리고 꿈과 돈의 선순환. 밥을 먹으면 힘이 생기고, 그 힘은 다시 밥을 만든다.밥을 만든 후엔 꼭 쉼이 필요하고, 그 쉼은 곧 꿈과 여유를 낳는다. 꿈은 새로운 밥을 만들고, 그 밥은 다시 똥이 되고, 똥은 흙으로 돌아간다. 흙은 쌀을 만들고, 쌀은 다시 돈이 되어, 달콤한 휴식을 주고, 자꾸만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밥→힘→쉼→꿈→밥→똥→흙→쌀→돈→꿈’이 신나게 돌아가는 세상.

부디 올 한해 아등바등 쫓기지 말고, 아침햇귀가 올라올 때 첫 찻물 끓이는 정갈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우물에 홀연히 내려앉은 보름달처럼, 방금 세수하고 나온 수선화 꽃처럼, 그렇게 여유롭고 담담하게 살게 하소서. 마을 어귀에 고고하게 서 있는 소나무처럼 한가롭고 헌걸차게 살게 하소서.

[사진= Tom Wang/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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