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80%, 중환자실 전담 의사 없어”

종합 병원 가운데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가 없는 곳이 대다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의가 있는 상급 종합 병원도 전담 의사 한 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가 너무 많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11일 개최한 토론회(‘대한민국 의료, 구조적 모순을 진단한다’)에서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국내 병원 중환자실의 실태를 고발했다.

서지영 교수는 “222개 종합병원 가운데 전담 전문의가 없는 곳이 80% 이상이며 상급 종합 병원에서도 전담 전문의 한 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가 최대 160개 수준”이라 밝혔다. 중환자실 내 전담 전문의 배치 여부와 숙련 간호사 비율은 중환자실 환자 생존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서지영 교수는 “응급, 외상 치료와 달리 중환자 치료의 문제점은 병원 내 시스템 부족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이슈화하기 쉽지 않다”며 “국내 병원의 중환자실 수준은 지역별, 병원 종별로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모든 중환자실이 필요한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게끔 하는 의료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중증 치료 센터-임상 역학 연구 센터 협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25만 명 이상의 성인 환자들이 중환자실을 이용한다. 10만 명당 중환자실 입실률 조사에서는 60대 이상의 고령 환자의 비중이 높아 향후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중환자실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응급 환자 지원 인프라 구축 엉망”

이날 토론회에서 박찬용 원광대학교 외상의학과 교수는 중증 외상 치료 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찬용 교수는 “시간을 들여 큰 병원에 갈 수 있는 암 환자와 달리 중증 외상 환자는 골든 타임 내에 적절한 의료 기관의 처치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증 외상 환자는 그 수가 많지 않으나 수술과 입원 후 관리를 위해 더욱 많은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응급 의료 센터만을 위한 상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강도 높은 업무에 대한 보상과 인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찬용 교수는 “전국 곳곳에 응급 의료 센터가 지어졌지만 센터를 잘 운영하기 위한 환자 이송 체계, 구급대원 및 의료진 교육 등 기본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앙응급의료위원회와 별도로 중앙외상위원회와 같은 상설 협의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증 외상 센터, 중환자실 정부 지원 필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형수 교수는 “한국 의료 기관의 90% 이상이 민간 기관인 데 반해 의료 제도는 사회 보험 형태를 띠고 있어 병원과 의료진이 충분한 재정 하에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며 “중증 외상 센터와 중환자실을 위한 정부의 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전해명 전 의정부 성모병원장은 “외상 센터에서 일하는 의료진에게 개인 커리어를 보장할 수단이 없다”며 “의료진의 열정과 사명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세 건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 외상, 중환자 진료와 같은 필수 의료에는 높은 수준의 어젠다가 필요하다”며 ‘필수 의료 국가 책임제’ 같은 국가 어젠다를 통해 응급 의료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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