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호사 앞에서 구둣발로 밟혀”

[백색 폭력, 누가 키우나 ] ‘전공의 폭행’, 되풀이되는 이유는?

#1. 2016년 대학 병원 정형외과에 입사한 전공의 A씨. 입사 후 꿈과 희망에 부풀어있던 A씨는 곧 좌절하고 말았다. 3년차 전공의 B씨와 지도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

폭행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4개월간 계속됐다. 가해 전공의는 폭행뿐만 아니라 다른 전공의에게 악의적인 루머까지 퍼뜨리며 병원에서 K씨를 왕따까지 시켰다.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담당 지도 교수는 폭행을 용인하고 간호사 앞에서 A씨의 뺨을 때리고 구둣발로 수십 회 폭행했다.

#2. 지방의 한 대학 병원 정형외과 내에서 K교수는 유명하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행하는 상습적인 전공의 폭행 때문이다.

전공의에게 K교수는 공포 그 자체였다. K교수는 병원 내 수술실과 외부 술자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공의를 수차례 폭행했다. 심지어 수술 도구로 폭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폭행당한 전공의는 피멍이 들고 고막이 찢어지기 일쑤였다. K교수에게 폭행당한 전공의는 무려 11명에 달했다.

병원 내 전공의 폭행 사건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전북대병원, 부산대병원, 한양대병원 등에서 의사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전공의를 성추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병원 내 전공의 폭행은 이미 구조적 문제가 됐다. 이들의 폭행은 군대에서 선임이 후임에게 분풀이를 하듯이 전공의 사이에서도 아래기수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고 있다. 더욱이 이렇게 전공의에게 가해지는 폭언과 폭행으로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원인 1 : 규정 미비-솜방망이 처벌

18일 국회에서는 전공의 폭행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교육부 관계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폭행 사건을 처리할 만한 규정이 미비하거나 없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접수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켜야 함에도 그런 원칙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피해 전공의가 가해자를 보조하러 진료실과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가해자가 예약 환자를 더 빨리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도 한다. 심지어 가해자 교수의 담당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한 공간에서 있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또 사안에 비해 가해자에게 너무 가벼운 징계가 내려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내 폭행 사태가 발생하면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부과하는데 그친다. 해당 병원도 폭행 가해자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립대병원 겸직 교원(교수) 및 전공의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폭행 및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수와 전공의는 313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81.1%는 징계라 볼 수 없는 훈계-주의-경고, 13.1%는 경징계 등을 받은 반면 중징계는 5.8%에 불과했다.

실제로 수도권 한 대학 병원은 성추행 교수에게 정직 6개월, 전공의를 폭행한 교수에게는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부산대병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공의 11명을 수십 차례 폭행한 교수에 대해 전공의의 파면 요구가 있었음에도 정직 3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국정 감사 등에서 문제가 되자 그제야 보직 해임을 시켰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공의를 폭행한 지도 교수가 처벌이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복귀하는 구조다. 폭행 징계 처분 이후에도 지도 전공의 자격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희회 안치현 회장은 “가해자 교수는 징계 이후에도 지도 전문의 자격은 계속 유지돼 제자리로 복귀한다”며 “학회와 논문 지도의 지위도 유지되기 때문에 폭행 피해자는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취직과 논문 등에 대한 직간접적인 보복과 협박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원인 2 : 폭력까지 대물림하는 도제식 교육

의료계 현장에서는 이런 폭력의 악순환이 환자의 목숨과 안전을 이유로 행해지는 도제식 교육 시스템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병원 내에 자리 잡고 있는 도제식 교육 방식과 수직적인 병원 문화가 사라져야 전공의 폭행 사건이 없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도 “전공의 폭행 문제는 전문의를 취득해야 하는 사람과 취득 과정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만든 악습”이라며 “도제식 수련 문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병원은 의료진의 전문성이 환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다. 그렇다 보니 환자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전공의는 지도 교수 및 상급자와 함께 수술 현장에 투입돼 교육과 일을 같이 하는 도제식 교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전공의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만연하고 있다.

수련 병원에서 1년의 인턴 과정과 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전공의 입장에서 지도 교수나 상급자의 폭언과 폭행에 달리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로 복수의 전공의에 따르면 전공의가 수술실에서 수술 도구 등으로 폭행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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