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1~2잔에 스트레스? 문제는 과잉섭취

– 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 넘쳐도 부족해도 건강 해쳐

# 직장생활 7년차인 김모 씨. 점심식사 후 커피믹스 한 잔을 타, 회사 옥상에서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상이다. 최근 그는 탕비실에 항상 구비돼 있어 즐겨 마시던 커피믹스 대신 서랍 속 숨겨둔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타서 마시기 시작했다. 설탕이 든 커피를 마시면 살이 찔 것 같기 때문이다.

■ 국내 1일 평균 당 섭취량은 기준 이내

최근 당류의 과잉 섭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은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에서는 ‘탄산음료세’와 같은 소비세를 부과하는 주가 늘고 있다. 설탕이 비만, 고혈압 등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나서 강제적으로라도 설탕 섭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설탕 함유 제품에 세금을 붙이면 가격이 오르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당류 섭취가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내에서도 설탕 과다 섭취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현재의 국내 당류 섭취 실태에 비해 과잉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의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외국의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72.1g(2013년)으로 총 섭취열량 대비 14.7%를 기록, 적정 섭취기준 이내이다. 1일 당류 적정 섭취기준(2015년)은 총 섭취열량 대비 10~20%이다. 이에 비해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인들의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126.4g, 독일은 102.9g, 그리고 영국은 93.2g이다. 국내에서도 당류 섭취량은 증가 추세이지만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 당류에 대한 오해

국내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번지고 있는 설탕 과다 사용과 당류 과잉 섭취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류 섭취를 무조건 중단하거나 오랫동안 대폭 줄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당은 체내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으로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당의 섭취가 부족할 경우 뇌에 심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임신 중 포도당은 태아의 세포 형성과 모유를 만드는 일을 돕는다.

포도당을 식품을 통해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설탕 등과 같은 단순당을 섭취하는 것이다. 노동이나 운동 등으로 힘들고 지칠 때 설탕이 든 식품을 먹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당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에서 남은 당은 간과 근육에 글로코겐 형태로 일부 저장되고 나머지는 지방으로 전환되어 지방조직에 저장된다. 따라서 당의 섭취가 지나칠 경우 비만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당은 넘쳐도 문제가 되지만 부족해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두뇌 활동이 많은 수험생들은 당이 부족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공급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당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밥, 고구마, 감자 등 대표적인 다당분 식단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나, 음료, 과자, 커피 등에 함유돼 있는 첨가당(대표적으로 설탕)은 ‘나쁜 당’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으로 착한 당과 나쁜 당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많은 사람들이 쌀과 감자, 과일 등에 함유된 천연당과 설탕으로 대표되는 첨가당은 다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체내에서 똑같이 취급되는 성분이다. 게다가 사과와 오렌지에는 각각 각설탕 7개 분량의 당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탄산음료 내 함유된 당분(각설탕 8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이다.

최근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의 33%를 과일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유(14.5%), 탄산음료(8.3%), 쿠키•크래커•케이크(8%), 캔디•젤리•꿀•엿•초콜릿(7.7%), 채소(3.7%), 식빵•토스트(2.9%), 과일주스(2.5%), 아이스크림(2.4%), 김치(2.2%) 순이었다. 세대별로 보면 청소년을 제외하곤 나머지 세대는 주로 과일을 통해 당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직장인들이 식후 마시는 커피믹스 1~2잔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점심식사 후의 ‘달달한’ 믹스커피의 맛을 잊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하루 총 당류 섭취량을 줄이는 게 낫다는 것이다. 식사 후에 편안하게 마시는 커피는 클로로겐산의 영향으로 소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당류 섭취 주의’ 취지는 좋으나 균형 있는 시각 필요

설탕 등 당류의 지나친 섭취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은 어떤 영양소에 대입해도 맞는 말이며, 비만과 당뇨병 등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식품의료연구소 김 용 소장(이학박사)은 “당이 몸에 좋지 않다는 단순한 생각에 지나치게, 장기간 적게 섭취하면 뇌, 신경, 백혈구 등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당류는 몸의 기본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과잉섭취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른 음식들처럼 당류 역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는 것이다. 질병 및 비만은 음식의 과잉 섭취가 근본적 원인이며, 당류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요즘 급증하고 있는 당뇨병은 당이 남아돌아서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라 우리 몸이 혈액 속의 당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당을 적절하게

섭취하면서 혈액 속에 든 당의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 세포들이 혈액 속의 당을 활발하게 이용해 혈당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과도한 당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지만 식후 커피믹스 1~2잔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달달한’ 커피믹스를 굳이 끊지 못하겠다면 당분이 많이 함유된 다른 음식을 줄이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또한 비만 등 건강악화의 원인을 당류에만 뒤집어 씌워 타 영양소의 과잉섭취에 대해 안일한 태도를 갖는 것도 좋지 않다. 당류 섭취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과 함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몸 속의 당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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