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숙원 사업 ‘국립한방병원’ 설립 물거품?

한의계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탄핵 위기에 몰린데 이어 국립한방병원 건립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한방병원 건립은 그동안 한의계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장애 아동의 특수 학교 건립과 맞물려 큰 장벽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한방 병원 vs. 특수 학교

국립한방병원은 대한한의사협회, 허준박물관, 허준 테마 거리 등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터에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곳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주민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이 이곳에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 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성태 의원과 가양동 주민은 국립한방병원을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세울 것을 강력히 주장하는 한편, 서울시 교육청과 장애 아동 학부모들은 특수 학교 설립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

특히 가양동 주민들은 집값을 이유로 특수 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방 병원이 들어서면 집값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특수 학교가 설립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사회적인 관심도도 높아져 일각에서는 한방 병원보다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 학교가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3일 국립특수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장애 학생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특수 학교 설립은 양보할 수 없는 선택이며, 학교 설립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김성태 의원의 한방 병원 설립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의계 입장은?

한의계는 국가 주도의 한방 병원 건립에 목마르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평생 숙원 사업이라 말할 정도다. 과거에도 국립한방병원 건립이 추진됐었지만 번번이 무산됐었다.

때문에 김성태 의원의 이번 국립한방병원 건립 추진은 한의계에서는 적극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가 위치한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의원은 그 누구보다 한의계와 한의사들의 생리와 염원을 잘 알고 있다.

한의계 내에서는 국립한방병원 건립 추진을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특수 학교 건립과 맞물린 상태에서 자칫 한의계 전체가 이기주의 집단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사태에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재 한의협 회장이 탄핵 위기에 몰리는 등 내부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방 병원 건립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내부 관계자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복수의 한의계 인사들은 국립한방병원 건립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 홍주의 회장은 “국립한방병원 건립은 그동안 한의계 전체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제 분위기도 무르익었고 정부 주도로 국립한방병원이 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수 학교 건립과 맞물려 여러 논란이 있지만 한의계에서는 특정 부지에 한방 병원이 꼭 세워져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다”라며 “공진초 부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부지에 한방 병원이 건립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진초 부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특수 학교와 한방 병원이 같이 들어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한의계 관계자도 “한방 병원 건립이 한의계 숙원 사업이긴 하지만 부지를 꼭 공진초 부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서 “마곡이나 다른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건립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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