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포화 지방의 억울한 비밀

비만 등 질병의 원인이 포화 지방이라는 주장은 오해

‘짜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음은 간 건강에 해롭다’, ‘담배는 폐암을 유발한다’, 오래 전부터 건강에 대해 상식처럼 통하는 사회적 지침과 통념이다. 이처럼 시대를 뛰어넘어 반박할 여지가 없는 건강 정보가 있는 반면, 잘못된 통념이 올바른 건강 상식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인공 감미료 사카린(사카린나트륨)이나 카제인나트륨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모두 건강에 유해한 성분이 아님에도, 몸에 해로운 화학 물질로 오랫동안 오명을 쓴 바 있다.

포화 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물성 포화 지방은 식물성 불포화 지방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통념이었지만 해당 실험에 사용된 원 데이터를 40여 년 만에 재분석한 결과,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BMJ)가 1968∼1973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9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식단 실험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식물성 불포화 지방 섭취가 평균 수명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을 게재한 미국 국립보건원(NIH)-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UNC) 공동 연구팀은 “40여 년 동안 이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 13개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BMJ의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성 포화 지방을 많이 먹어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포화 지방은 건강한 삶을 위해 최대한 줄여야 하는 ‘나쁜’ 영양 성분으로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포화 지방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실 포화 지방은 우리 몸에서 체온을 조절하고 중요 장기를 보호하는 세포막을 만들며 여러 가지 생리 기능 물질을 만드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 영양소 가운데 하나다. 탄수화물, 단백질과 같은 신체 주요 에너지원으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량 영양소(Macro Nutrients)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언제부터 포화 지방이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생물학자 겸 저널리스트 니나 타이숄스(Nina Teicholz)는 자신이 저술한 책 ‘지방의 역설’을 통해 1950년대 당시 학계에서 영향력이 강했던 미국의 생리학자 앤셀 키스(Ancel Keys) 박사의 주장이 그 시초라고 말한다.

당시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근무하던 키스 박사는 1953년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라는 ‘지질 가설’을 발표하며 식물성 지방과 탄수화물로 대신 열량을 보충하는 것이 심장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7개국 1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포화 지방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포화 지방에 대한 오해가 확산된 계기는 키스의 주장에 영향을 받은 미국심장협회와 영양위원회가 1961년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대신에 식물성 기름을 먹으라고 권고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심장 질환 사망률 증가에 위험을 느낀 미국인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스의 실험은 불완전한 것으로 실제 실험 과정에서도 포화 지방이 비만과 각종 질병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는 정치적 수완이 대단해 그의 가설을 전 미국의 영양학적 권고의 표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포화 지방은 이렇게 무려 반세기 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몸에 좋은 음식도 과잉 섭취하면 문제

21세기 들어서면서 포화 지방과 심혈관계 질환은 연관성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 ‘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는 2014년 55만여 명 이상의 자료를 관찰한 49개의 연구와 10만여 명이 참여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 27개를 분석한 결과, 포화 지방 섭취와 심장병 발생 또는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 어떠한 관련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포화 지방 대신에 다중 불포화 지방을 섭취하는 건강상의 이점도 찾을 수 없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포화 지방에 대한 오해는 지워지는 듯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채소, 과일, 통곡물, 콜레스테롤 없는 식물성 기름 위주의 식단만을 건강 식단으로 믿고 실천하고 있다. 또 여전히 동물성 기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기피하며 건강을 걱정한다.

커피믹스에 함유된 소량의 지방까지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실제 커피믹스 한 잔에 함유돼 있는 지방은 하루 지방 권장량의 약 3% 수준으로, 이마저도 코코넛 오일에서 비롯된 포화 지방이다. 포화 지방 92%, 불포화 지방 8%로 구성된 코코넛 오일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지방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커피믹스에는 심장병, 암, 당뇨의 원인이 되는 트랜스지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에 대한 오해풀기’의 저자 흉부외과 전문의 정윤섭 박사(전 순천향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포화 지방은 칼로리가 많아 비만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오해”라면서 “비만은 섭취한 포화 지방 때문이 아니라 몸에서 만들어지는 중성 지방이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신생 지방 합성이 증가해 발생한다”고 했다.

정윤섭 박사는 “포화 지방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인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포화 지방과 암, 노화의 관련성도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콜레스테롤과 포화 지방이 부족하면 기억력 소실이나 파킨슨병, 뇌졸중,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점심식사 후 마시는 커피믹스 한 잔은 업무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커피믹스 하루 1~2개 정도는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 비만 등은 어느 한 영양소의 탓이 아니라, ‘과잉 섭취’에 따른 질병이다. 몸에 좋다는 음식도 과잉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과도한 건강 염려에서 벗어나 먹는 즐거움은 누리되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 등을 병행하면 내 몸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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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마가린을 오해했던자

    좋은 정보를 알았습니다

  2. 이정현

    좋은정보를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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