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치료 및 예방은 어떻게?

햄버거에 든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먹고 ‘용혈성 요독성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이하 HUS)’에 걸린 여아가 신장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이 불거진 한국 맥도날드의 조주연 대표가 공식사과를 했다. 이로 인해 HUS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심한 합병증이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 질환에 걸리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일어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윤혜은 교수에 따르면 HUS는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손상된 적혈구들이 콩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어 콩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명적인 신장 기능 손상을 초래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대장균이 만드는 특정한 독소다. 이 독소를 만드는 대표적인 균은 O157:H7 대장균이다. 이 균은 오염된 음식에서 생기는데, 햄버거 패티의 재료인 다진 소고기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야채나 주스, 우유, 마요네즈, 살라미, 소시지 등이 오염된 경우도 있고, 분변에 오염된 호수나 수영장을 통해 이 세균에 노출된 사례들도 있다.

윤혜은 교수는 “대장균에 의한 HUS는 식중독이 호발하는 6~9월 발병률이 높다”며 “5세 이하 어린이와 75세 이상 노인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적 요인도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면역 억제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 임신 중인 경우, 루푸스나 사구체신염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위험 인자이다. 동물을 키우는 농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위험률이 증가한다.

O157:H7 대장균에 의해 HUS가 발생하면 3~4일가량의 잠복기를 거쳐 혈액이 동반된 설사를 시작한다. 따라서 피가 섞인 설사, 설사 후의 소변량 감소, 잦은 멍과 출혈,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설사 후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 아이는 역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더욱 무서운 부분은 합병증이다. 급성 신손상이나 뇌신경계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장균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 경우 환자의 60~70%에서 급성 신손상이 오지만 그 중 80%는 신장 기능이 회복된다. 급성기에 치료를 잘한다면 90% 이상 생존하지만, 3분의1은 투석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수년 후까지 신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만성 신질환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인 사망률은 5% 내외이며, 어린이와 노인에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음식물을 매개로 발생하고 집단 발생의 우려가 커서 발생과 유행 즉시 방역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 법정 감염병이다. 환자에게는 격리 조치가 취해진 다음 치료가 이뤄진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계속되는 설사로 탈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수액 치료도 시행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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