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10년, 과학자는 과연 변했는가?”


[생명윤리 공청회] 김현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의생명과학의 새로운 기술은 많은 기대와 사회적 불안이 공존한다. 신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김현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0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생명윤리 정책을 말한다’ 공청회에서 기조 발표를 통해 생명윤리 정책의 의미와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공청회는 유전자 편집(교정) 등 유전자 치료 연구, 인공지능과 의료 데이터 활용에 관한 쟁점을 토론하는 자리로,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가 주최했다.

김현철 교수는 개별 주제 발표와 토론에 앞서 생명윤리법의 의미를 살펴보고 개정 방향을 제안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김현철 교수는 먼저 생명윤리와 생명윤리 정책의 차이를 짚어보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생명윤리는 일종의 가치관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옳은 것이 있지만, 생명윤리 정책과 이의 근거가 되는 생명윤리법은 윤리적 쟁점에 답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김 교수는 “생명윤리법은 이런 저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은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이 판단보다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유는 법의 한계 때문이다. 입법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법이 새로운 연구를 따라가며 규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규제를 만들었을 때 기술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간 상태가 된다. 결국 김 교수는 “법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포괄해서 조정, 규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조정, 관리자로서의 법이 “단순히 가운데 입장을 취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생명윤리법도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통의 가치 기반을 확산하는 것도 법 정책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연구자와 시민 사회의 역량을 강화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법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교수는 “새로운 연구는 생명윤리 성찰이 과학자 스스로 행해져야 하고 이런 성찰 분위기가 시민 사회에 퍼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가 생명윤리에 대한 1차적 성찰자가 되고 시민 사회도 함께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현철 교수는 “황우석 사태 이후 법을 중심으로 (생명윤리가) 압축적으로 성장했지만, 내면이나 사회적 의식이 성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과학자나 산업계는 생명윤리가 과학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생명윤리는 과학 활동의 일부”라며 “공론화와 토론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교수는 법은 “갑작스러운 이슈에 대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은 197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가연구법에서 신기술에 대해 ELSI(윤리적, 법적, 사회적 영향)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김현철 교수의 강연은 생명윤리법은 연구자 스스로 현장에서 성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자율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김현철 교수는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생명윤리기본법에는 사회적 쟁점을 다룰 제도적 방안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현철 교수는 생명윤리법 개정 방향을 놓고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실질화, 심의 기구 확대, ELSI와 기술영향평가 제도 도입, 새로운 기술에 바로 결합해서 윤리와 과학이 동시에 발달할 수 있는 동시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김 교수는 “가능하다면 ELSI팀이 연구팀의 정보를 자세히 분석하고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공론화해야 한다”며 “의료 정보와 건강 정보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규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강호 기자 gangdog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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