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레고, 성 고정관념 고착화시킨다(연구)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여성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뭘까.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근거로 들기도 하고, 사회적인 편견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논쟁적인 부분이지만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비교적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 예로 장난감을 지적하는 논문들이 있다. 최근에는 분홍색 레고를 지적하는 논문도 나왔다.

남아와 여아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차이점이 있다. 남아용 장난감은 과학과 수학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유형이 많은 반면, 여아는 요리, 양육 등 가정 일과 연관된 장난감들이 아직도 많은 편이다. 색깔 역시 남아용은 파란색, 여아용은 분홍색으로 나뉜다.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노는 조립식 블록 장난감인 레고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성역할저널(Journal Sex Roles)’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레고도 남자 아이들에게 편향된 유형의 장난감과 그렇지 않은 장난감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가령 남아를 타깃으로 한 레고는 해적선처럼 남성미를 강조한 세트로 구성돼있다. 또 세트를 완성하려면 건축물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반면 여아용 레고 세트는 분홍색 블록으로 구성돼있고 건축 기술보다는 사람 모양의 인형들에 집중된 구성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레고의 구성이 성별에 따른 편견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5~10세 아동 116명을 대상으로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방식을 관찰했다. 우선 남아와 여아에게 무작위로 공룡(남아를 위한 디자인)과 고양이(여아를 위한 디자인) 중 하나를 만들도록 했다. 또 역시 무작위로 아이들의 절반에게는 녹색과 파란색으로 된 블록을, 나머지 절반에게는 분홍색 블록을 제공했다.

실험 결과, 여아의 레고 조립 속도와 정확도는 남아와 동일한 수준이었다. 또 여아와 남아 모두 공룡보다는 고양이를 좀 더 빨리 정확하게 조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남아용으로 생산된 공룡보다 여아용인 고양이가 애초에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건축물을 만들 때는 남아의 속도가 빨랐다. 이는 남아용 레고가 건축 기술을 요하는 경향이 있으며 남자아이들이 이 같은 레고를 가지고 논 경험치가 많기 때문일 것이란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들도록 했다. 단 절반의 아이들에게는 분홍색과 흰색 블록을 나눠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파란색과 녹색 블록을 제공했다. 각 블록에는 바퀴처럼 남아를 위한 블록, 눈동자처럼 여아용으로 나온 조각들이 포함돼있다.

실험 결과, 남아는 여아보다 기관총이나 괴물처럼 남성성을 상징하는 물체를 많이 만들었고, 바퀴처럼 남아용으로 나온 블록을 많이 사용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여아가 파란색 블록과 분홍색 블록을 가지고 놀 때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분홍색 블록이 주어졌을 때 좀 더 여성스러운 장난감을 만들려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는 분홍색으로 된 장난감을 여자아이들이 반복적으로 가지고 놀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예측케 한다. 분홍색 레고로 여성스러운 물건을 계속해서 만들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익숙해지고 이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번 연구팀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사진=Giancarlo Liguori/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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