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찬밥된 천연물 신약, 17년도 시행 계획 없다

대한민국을 세계 7대 신약 개발국으로 만들겠다며 수천억을 쏟아부은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의 올해 시행 계획이 지금까지 수립도 안 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2000년대 초 대한민국을 세계 7대 신약 개발국으로 만들겠다며 범부처 사업으로 수천 억 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해 수립했던 천연물 신약 연구 개발 사업.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전통 의약 지식을 활용해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을 개발해 국내 제약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특히 제품화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3092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면서 세계적인 신약 탄생의 꿈을 키웠다. 천연물 신약 연구 개발 촉진 계획은 제1차(2001년~2005년)와 제2차(2006년~2010년)을 거쳐 현재 제3차(2015년~2019년) 계획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은 제3차 천연물 신약 연구 개발 촉진 계획의 시행 계획을 매년 초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받아 개발 사업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2017년이 고작 네 달 정도 남은 지금까지도 정부는 2017년도 시행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메디닷컴’이 입수한 제3차 천연물 신약 연구 개발 촉진 계획 2016년도 시행 계획서에는 2017년도 시행 계획 수립 완료 시점이 2월로 명기돼 있었지만, 복지부 확인 결과 2017년도 시행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16년 시행 계획 역시 연초가 아닌 연말 즈음인 11월에야 수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모든 정부 사업의 시행 계획은 매년 초에 수립된다”며 “천연물 신약 개발 계획이 범부처 사업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관련된 시행 계획은 연초에 세워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시행 계획 수립이 안 돼 있다는 것은 정부가 일을 안 한 것”이라며 “정부가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천연물 신약 연구 개발 촉진 계획의 2017년도 시행 계획 수립이 늦어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6년과 2017년 시행 계획이 늦어진 것이 맞다. 여러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늦어졌다”며 “잘못된 부분인 걸 인정한다. 하지만 각 부처의 개별적인 계획안을 토대로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감사원의 천연물 신약 개발 사업 감사 결과 총체적인 부실 사업으로 낙인 찍인 후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받았음에도 시행 계획 하나 제때 수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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