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아기에게 매일 24개도 OK?

정부가 살충제 계란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안심해도 된다지만, 발표 내용에 허점이 있어, 계란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살충제 검출 계란 관련 추적 조사 및 위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산란계 농장 전수 검사 결과와 후속 조치 및 향후 계획 등이 발표됐다. 특히 그동안 발표를 미뤄왔던 살충제 계란의 위해성 평가 결과도 공개했다. 정부는 전수 조사 결과와 전문가 검토 등에 시간이 걸려 위해성 평가 발표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루에 계란을 2~3개씩 섭취하는 사람이라 해도 피프로닌 등 살충제로 인한 위험은 없다고 발표했다.

안전성 판단 기준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정한 급성 독성 참고량(ARfD)과 일일 섭취 허용량(ADI)이다. ARfD는 하루 내에 섭취했을 때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 ADI는 일생 동안 매일 먹어도 위험하지 않을 양을 뜻한다.

피프로닐은 ARfD가 0.009㎎/㎏, ADI가 0.0002㎎/㎏이다. 피프로닐을 몸무게 1kg당 0.009㎎, 즉 몸무게가 60㎏인 사람이 하루 동안 0.54㎎을 섭취하거나, 매일 0.012㎎을 먹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장 많은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을 기준으로 ARfd와 ADI를 적용하면 하루 안에 계란 126.9개를 먹어도 된다고 밝혔다. 또 매일 먹는다면 2.6개를 먹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안심하고 계란을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발표에서 빠진 부분이 있어 계란 섭취에 주의가 요구된다.

하루 안에 계란 126.9개를 먹어도 되는 것은 체중이 64.53㎏인 성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64세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ARfD에 따른 급성 위해도를 계산했을 때 1~2세 12.25㎏의 유아는 24.1개, 3~6세 19.08㎏의 아동은 37.5개를 섭취해도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매일 먹어도 되는 양은 유아와 아동의 허용 섭취량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매일 2.6개를 먹어도 만성적인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를 정부가 밝힌 계산 공식에 따라 계산해보는 약 60㎏의 성인에 해당하는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계산 방식에 따르면 15㎏의 어린 아이가 매일 먹을 경우 하루에 허용된 개수가 0.65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이를 밝히지 않았다. 먹을거리 안전에서 더 주의를 요하는 아이들에 대해 경고하지 않은 것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작한 인포그래픽에도 문제가 발견된다.

인포그래픽에는 ‘0~2세 : 매일 24개 이상 먹지 않았다면 안심해도 좋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동일한 내용이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24개 등의 수치는 매일 먹었을 때 안전한 정도가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하루 안에 0~2세 유아가 24개 이상을 먹는다면 급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된 인포그래픽에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다.

두 가지 문제 모두 매일 먹을 때 안전한 수치와 관련된 것들이다. 정부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경우 쉽게 안전한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내용이 부족한 부분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있는 만큼 국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도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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