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려서 마신 술, 프리젠테이션 망친다 (연구)

면접이나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시면 긴장과 불안이 해소돼 좋은 수행능력을 보이게 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수행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국제학술지 ‘행동연구와 치료(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에 게재된 최근 논문이 적당한 음주가 말하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연구내용을 담았다. 술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수행능력에는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사회불안장애가 있는 젊은 성인 99명, 불안장애가 없는 대조군 78명을 모집했다. 그리고 무작위로 3가지 상황 중 한 상황에 노출되도록 했다.

먼저 알코올 군은 보드카 3잔을 마셨는데, 이 보드카에는 각자의 체중을 고려한 오렌지주스가 섞여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7%가 되도록 만든 칵테일이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다.

플라시보 군은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은 오렌지 주스를 마셨지만 연구팀이 보드카가 들어간 오렌지 주스라고 말했기 때문에 술이라고 인지하고 마셨다. 마지막 주스 군은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각 음료를 마신 뒤에는 2명의 청중을 앞에 두고 사형선고에 대한 3분 스피치를 실시했다. 연설을 하는 동안과 이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불안 상태를 체크했다.

그 결과, 알코올을 실제로 마신 그룹은 플라시보 군과 주스 군보다 연설을 하는 동안과 이후 불안감과 초조감이 약했다. 사람들이 긴장될 때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술을 마신 사람들은 불안감이 연설을 방해할 가능성이 낮아진 만큼 연설 능력도 좋을까.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술은 실험참가자들의 연설 능력을 떨어뜨렸다. 실험참가자들의 음주 여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청중 2명은 실험참가자들의 연설을 점수로 매겼는데, 알코올 군에 속한 사람들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특히 불안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술을 마셨을 때 연설 점수가 떨어졌다.

적당한 음주조차 정신 처리과정을 방해해 온전한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플라시보 군은 주스 군보다는 긴장을 덜 했지만 알코올 군보다는 긴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알코올은 약리학적인 작용뿐 아니라 심리적인 작용을 통해서도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반면 플라시보 군의 연설 점수는 알코올 군보다 높았고 주스 군보다는 낮았다.

이처럼 술은 프리젠테이션이나 연설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 연구팀은 친목 모임을 갖는 자리,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처럼 좀 더 가벼운 사회적 맥락 내에서는 적당한 음주가 오히려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사진출처=Monkey Business Images/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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