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 편집, ‘판도라의 상자’ 열었다

[수정 후 유전자 교정을 하던 과거 방식(위)과 달리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난자에 함께 주입하는 방식으로 배아에서의 모자이크 현상을 제거했다.]

한국의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 연구단 단장과 미국의 연구진이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 질환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했다.

연구진은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MYBPC3 돌연변이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교정했다. 성공률은 72.4%. 자연 상태에서 정상 배아가 만들어질 확률인 50%보다 높다. 22.4%만큼 유전병 우려를 감소시킨 것이다.

이번 연구는 모자이크 현상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다. 모자이크 현상은 배아에 정상 유전자를 가진 세포와 비정상 유전자를 가진 세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이다. 비정상 유전자를 가진 세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유전자 교정 효과가 없거나, 자식에게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도 존재한다.

연구진은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난자에 함께 주입하는 방식으로 모자이크 현상을 극복했다. 수정이 이뤄지는 단계에서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는 만큼 수정 이후 발생하는 배아는 돌연변이가 교정된 정상 세포로만 구성된다. 유전자 교정의 효과를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은 3일 ‘네이처’의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됐다.

인간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4월 중국의 연구진이 인간 배아 교정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빈혈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한 연구다.

당시 중국 연구진은 난자 하나에 정자 두개가 수정된 삼핵접합자를 이용했다. 삼핵접합자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윤리 논쟁을 피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정상적인 배아를 사용하지 않고 연구진의 기술 수준이 낮아 실제 유전자 교정의 효율은 떨어졌다.

중국에서의 연구는 인간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했다는 것 이외에는 의미를 두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연구라는 것이다. 이후로도 중국, 유럽 등 여러나라에서 인간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는 없다.

김진수 단장과 미국의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구분된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배아에서 모자이크 현상을 해결했고, 정확하게 목표 유전자만을 자르는데 성공했다. 특히 유전자 가위를 임상에 적용할 때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원하지 않는 곳에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번 연구는 인간 배아에서 목표 유전자를 정확히 교정해, 안정적으로 배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 사용된 배아를 착상 직전 배아인 배반포 단계까지 정상적으로 발달됐다. 실제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입맛에 맞게 유전자 편집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똑똑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어떤 유전자를 교정해야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유효하다. 특정 변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기술의 수준과 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는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모든 배아가 교정된 것은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연구진도 교정하지 못한 배아가 20%를 넘는다. 기술이 떨어지는 연구자의 성공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유전자 교정을 통한 치료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 교정이 병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질병을 치료하거나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전자 교정 연구자들이 ‘영구적인 치료 효과’를 강조하지만 다른 치료 수단을 두고 유전자 교정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전자 교정 연구자 사이에서도 우려는 나오고 있다. 이번 성공이 장밋빛 가능성을 섣불리 보여주는 것에 대한 우려다. 중국 배아 연구의 사례처럼 섣부른 시도는 연구 실패와 이로 전체 연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간 배아 교정과 임상 적용이 아니라 유전자 교정 기술 자체, 유전자 교정을 이용한 치료제 등에 연구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가위와 유전자 교정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아가는 단계다. 사회적으로도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도강호 기자 gangdog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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