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입랜스가 풀어야 할 난제 2가지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가 지난 10일 급여 적정성 평가를 통과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후 약 1년 만이라는 유례없이 빠른 급여 등재 기간이다.

보통 고가의 항암제는 급여 등재가 되기까지 평균적으로 2년여의 기간이 걸린다. 로슈의 캐싸일라아와 퍼제타는 입랜스와 같은 유방암 치료제지만 급여화까지 각각 3년, 4년이 소요됐다.

입랜스는 한 알에 21만 원, 한 달 약값이 400~450만 원일 정도로 고가의 항암제이기에 환자들의 급여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전이성 유방암 환우 단체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입랜스 급여화의 필요성과 영국과의 환자 차별 문제를 제기하면서 화이자제약과 정부 기관을 상대로 급여화 여론전을 펼쳤다.

하지만 입랜스의 급여 적정성 평가 통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장 입랜스가 풀어할 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입랜스와 풀베스트란트 병용 요법에 대한 급여화가 시급하다. 현재 입랜스의 급여화는 입랜스와 레트로졸 병용 요법에 한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입랜스의 급여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금 상태에서는 풀베스트란트를 병용해야한 하는 환자는 급여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주사제인 풀베스트란트를 입랜스와 병용하는 환자의 경우 1년에 1억 원이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당연히 이를 감당할 환자는 많지 않다. 풀베스트란트 병용 요법에 대한 급여화 시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한국화이자제약 측은 “이번에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일차 내분비 요법인 입랜스와 레트로졸의 병용 투여’에 대한 정부와의 향후 절차에 성실히 임함과 동시에 풀베스트란트를 병용하는 2차 환자에게도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입랜스의 효능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입랜스를 처방받은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이 기존 치료제 대비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입랜스(팔보시클립) ‘PALOMA-1/TRIO-18’ 연구에 따르면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입랜스와 레트로졸을 병용 투여했을 때 레트로졸 단독 투여군 대비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입랜스를 처방받은 환자 사이에서 내성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단체에 따르면, 입랜스를 처방받은 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5~6개월 후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꾼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입랜스를 3개월 동안 복용하다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화이자 측에 환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는 생존율을 개선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생존율 개선과 관련한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며 “PALOMA 임상 2상의 핵심은 전체 생존율이 아니라 무진행 생존 기간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내성 환자 발생에 대한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며 “내성 부분에 대한 것은 사태를 파악한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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