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부는 변화, 앞장서는 ‘한미-동아’

그간 보수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던 제약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학력, 성별 등을 확인하지 않고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제약 업계에 도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국내 제약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형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앞장선다는 점이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금 가기 시작한 ‘유리천장’

제약 업계는 마치 금녀의 구역인양 여성의 취업 비율이 다른 산업계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임원직으로 올라가면 여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제약 업계가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업계 내부의 자아 성찰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주요 18개 제약사의 임원 391명(등기, 미등기 포함) 가운데 남성은 362명인 반면 여성은 고작 29명에 그쳤다.

특히 18개 제약사 가운데 유한양행,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안국약품, 제일약품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제약 업계의 이런 기조가 조금씩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앞장선 곳이 바로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조사한 그룹사 인력 분포 현황에 따르면, 한미약품(지주사 한미사이언스 포함) 전체 임원(이사대우 이상) 46명 가운데 여성은 11명으로 24%였다. 실제로 국내 60대 상장 제약 회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 미만으로, 한미약품은 그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더욱이 한미약품의 여성 임원은 전무 1명, 상무 6명, 이사대우 4명으로, 임상, 개발, 해외 사업, 연구 등 전문 분야뿐 아니라 과거 남성 임원이 주로 맡았던 공장 책임자, 마케팅·비즈니스 부문도 맡고 있다.

한미약품 전체 임직원 수는 2246명으로 그 가운데 640명(28%)이 여성이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 관계자는 “연구 개발(R&D) 경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여성의 유리 천장을 허무는 양성 평등 정책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 막을 블라인드 출현

한미약품이 유리천장을 허물고 있다면 동아제약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동아제약 지주 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제약 업계 최초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학력, 성별 등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선입견을 없애고 공정하게 선발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동아쏘시오그룹은 1959년 공채 1기 때부터 50년 이상 지속해 오던 입사 지원서 양식을 전면 수정해, 불합리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는 사진, 학력, 출신 지역, 가족 관계 등을 없앤 새로운 입사 지원서를 마련했다.

입사 지원서에 이름, 연락처, 자격·경력 사항, 직무 관련 교육 이수 사항, 지원 분야 역량, 가치관만 기재하면 되고, 면접 또한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된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인적 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직무 관련 역량 평가를 통해 선발하게 된다.

이렇게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된 인턴은 약 4개월간 근무하게 된다. 직무 능력과 근무 성적 등 공정한 평가를 통해 역량이 뛰어난 인턴은 정규직으로 채용 전환될 예정이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향후 정기 공채에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뿐만 아니라 동아에스티, 동아제약에서도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하반기 인턴 40여 명을 채용하고, 연구 개발 등 전문직을 제외한 전 부문에 걸쳐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200여 명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블라인드 채용 정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뜻을 같이하고자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며 “학력, 집안 배경 등 겉모습에 가려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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