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애끓는 목소리, 꿈쩍 않는 ‘화이자’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를 둘러싼 고가 논란과 환자 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빠른 급여화와 무료 제공을 요구하는 환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한국화이자제약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특히 의료계를 중심으로 화이자가 무료 제공 대신 고작 150만 원의 약제비를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환자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5일 화이자 측에 따르면, 입랜스는 지난해 9월 국민건강보험 급여 신청이 이뤄졌으며, 현재 급여 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화이자 관계자도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서는 앞서 공지했던 한시적인 약제비 지원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입랜스를 직접 처방하는 의료진 사이에서는 “입랜스 가격의 30% 수준인 150만 원 정도가 지원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한국보다 잘사는 영국은 약가도 더 저렴하고 5개월 무상 제공을 하는데, 우리에겐 고작 150만 원의 약제비 지원 뿐”이라며 큰 박탈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화이자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지원 금액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화이자의 핵심 가치, 한국에선 ‘무용지물’

화이자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메인 페이지에서 이 제약 회사가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9가지 가치에 대한 설명을 접할 수 있다. 화이자가 제시한 9가지 핵심 가치는 정직, 혁신, 인간 존중, 고객 중심, 팀원, 리더십, 성과, 지역 사회 봉사, 품질 등이다.

그 중에서도 고객 중심, 협력, 지역 사회 등 2가지 핵심 가치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고객 중심 가치에 대해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의 요구 및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경쟁사보다 더욱 신속하고 성실하게 고객을 만족시켜야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협력에 대해서는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부서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화이자는 각 개인의 능력을 팀워크라는 형태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대해서는 “지역 사회의 건전한 발전이 장기적으로는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화이자는 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 사회를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고, 화이자와 화이자의 직원은 화이자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 기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화이자의 이 같은 설명을 읽고 있자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랜스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화이자의 고객은 누구일까.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는 의약품을 처방받고 있는 환자들이 고객이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입랜스를 처방받기 위해 빠른 급여화와 영국과 마찬가지로 무료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이자는 “영국과는 다른 헬스 케어 환경으로 무료 지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환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는커녕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 이번 입랜스 사태는 부서와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수적인 사안이지만 한국화이자가 화이자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당장 무료 제공 같은 지원이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환자들이 처방받는 입랜스 비용을 화이자가 부담을 하고, 차후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그때 급여화 수준의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식의 여러 방안을 고민해봤어야 한다는 것.

이에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본사와 입랜스 문제에 대해 항상 소통을 하고 있다. 본사에서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한시적인 약제비 지원도 본사 차원에서 환자들의 접근성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한 결과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이익을 챙겨가는 만큼 환자의 요구에 한국화이자가 본사에 그 필요성을 설득시키고 그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좀 더 고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꿈과 희망’ 준다더니 ‘절망만’

한국화이자제약은 한국여자의사회, 어린이재단과 함께 2010년 7월부터 조부모가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손 가정 아동 50세대를 후원하기 위한 ‘조손 가정 행복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부모의 세심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목표를 심어주고, 아동들이 사회의 올바른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는 게 한국화이자 측의 설명이다.

임직원 자원 봉사자로 구성된 ‘화이자 꿈꾸는 봉사단’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1 대 1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조손 가정 아동들의 꿈과 비전 찾기를 돕고, 생일을 챙기는 등 심리적, 정서적 후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 매년 ‘화이자 꿈꾸는 캠프’를 열어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제때 약을 처방받지 못해 어린 자식들의 곁을 떠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환자들의 아이들도 부모를 잃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욱이 고가의 약제비 때문에 효과 좋은 약을 처방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절망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는 “화이자가 핵심 가치로 여기는 지역 사회의 행복도 환자와 그 가족 구성원의 행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화이자가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를 원한다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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