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상생은 ‘뒷전’, 이익만 챙기는 ‘한국로슈’

한국로슈가 평균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배당금 잔치와 쥐꼬리만한 기부금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또 연이은 임상 실패와 미국에서는 판매가 중단된 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어 환자들을 볼모로 돈 버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티쎈트릭 사태, “한국로슈는 모르쇠”

로슈는 최근 1년 동안 몇 차례의 신약 임상 시험에서 실패를 맛봤다. 지난해 7월 백혈병 치료제 ‘가지바’의 임상이 실패로 끝났고, 10월에는 아바스틴을 대체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직장암 치료제 ‘바누시주맵’의 임상에서도 임상 실패의 고베를 마셨다.

특히 지난 4월 조건부 허가를 통해 국내에 출시한 면역 항암제 티쎈트릭의 임상 3상 실패를 공식화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로슈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931명의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티쎈트릭의 임상 3상에서 생존 기간 연장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티쎈트릭이 국내에 이미 출시된 상태라는 것이다.

티쎈트릭은 한국로슈가 방광암 최초의 항 PD-L1 면역 항암제를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 상피암(방광암)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로 국내에 출시한 것이다. 애초 새로운 패러다임 치료제로 각광받는 면역 항암제에다, 30년 만에 등장한 방광암 신약이라는 점 때문에 제약 업계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 주요 관심사였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실패하면서 오히려 미국과 국내 허가 취소를 걱정해야 될 처지가 됐다.

더욱이 업계는 티쎈트릭이 임상 3상에서 방광암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이미 고가의 티쎈트릭을 처방받은 국내 방광암 환자들에 대한 치료비 환불 문제는 물론이고 혹시 모를 부작용 피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의 시급함에도 한국로슈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 않다. 한국로슈는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티쎈트릭 출시 기자 간담회를 갑자기 연기할 만큼 중대안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음에도, 임상 3상 실패로 인해 가슴 졸이고 있을 환자에 대해 그 어떤 공식적인 설명이나 입장을 내놓고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로슈 측에 공식적인 입장을 질의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답변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미국서 판매 중단 된 ‘로아큐탄’, 한국은 판매 활발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로슈의 경구용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성분명 이소트레티노인)에 대해 캐나다 연방보건부(Health Canada, HC)의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의 부작용 검토 결과를 참조해 발기 부전 부작용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부작용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로아큐탄은 중증 여드름 질환에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20대에 가장 많이 처방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기존 부작용에 이어 발기 부전 부작용까지 추가됨에 따라 로아큐탄과 제네릭을 처방받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아큐탄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부작용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 보건 당국은 실제로 로아큐탄을 먹고 기형아를 출산한 사례와 임신 중 부작용 위험과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수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X등급 약물로 분류한 바 있다.

X등급은 동물 실험 및 임상 시험에서 태아 독성이 확인되거나 기존에 기형을 유발한 약물로서 약물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울증과 뼈 성장 관련 부작용까지도 보고된 로아큐탄은 2009년 결국 미국에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환자들은 기형아 유발 부작용에 대해 로슈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로슈 측은 막대한 소송 비용과 제네릭 의약품 출현으로 인한 실적 등을 감안해 미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판매가 되고 있으며 수많은 피부과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로아큐탄 부작용 이슈는 국정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12년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 감사 자리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은 “로슈는 지난 2009년 6월 부작용 소송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로아큐탄을 미국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그럼에도 로슈 한국법인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판매를 지속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복제약도 여전히 판매 중”이라고 질타했다.

또 “국민들이 의약품 부작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소송 걱정 없이 편하게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로슈 측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로아큐탄과 관련해 여러 부작용 얘기가 있지만 현재도 많은 여드름 환자들이 처방을 받고 있다”며 “미국에서 판매 중단된 사실은 확인해 봐야겠지만 만약 미국에서 판매 중단된 의약품이 국내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상생은 뒷전, 기부는 쥐꼬리만큼

한국로슈의 지난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4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13억 원보다 27억 원 증가한 수치지만 본사로 보낸 배당금이 무려 120억 원에 육박했다. 무려 순이익의 8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면 한국로슈가 지난해 사회 환원 활동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 낸 기부금은 12억 원에 불과했는데 이는 2015년 냈던 38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소액이지만 기부금을 늘린 한국아스트라제네카(28억 원→30억 원), 한국얀센(21억 원→29억 원), 한국애보트(11억 원→16억 원) 등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국로슈는 각종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보도 자료를 통해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에는 열중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원론적인 해명에 그친 ‘한국로슈’

한국로슈는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23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티쎈트릭 임상 3상 실패와 관련해서 한국로슈는 “환자들의 존재하는 분야의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 다양한 임상 시험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임상 과정 중의 실패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더욱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한 과정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임상 시험의 주요 단계마다 의료진에게 필요한 임상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 의료 현장에서의 환자 커뮤니케이션 및 치료 옵션 개발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울러 로아큐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로아큐탄은 2002년 특허가 만료돼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이 공급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비즈니스적 결정에 의해 로아큐탄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제품의 유효성이나 안전성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기부금 문제에 대해서도 “기부금은 2015년과 2016년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며 기부금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기부금 계정에 대한 내부 회계 처리 변동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환우 정서 지원(힐링 갤러리), 소외 아동을 위한 과학 교육, 불우 이웃 및 소외 아동 복지 증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며 “한국로슈는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고, 기업과 지역 사회가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로아큐탄 국내 판매 문제’, ‘티쎈트릭 처방 환자들에 대한 후속 조치’ 등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문제는 없다는 식의 답변으로만 일관해 한국로슈가 상황 자체를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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