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아이도 모순적인 사람 알아본다(연구)

“사탕을 자꾸 먹으면 이가 전부 썩을 거야. 그래도 엄마는 먹어도 괜찮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혹시나 아이에게 이처럼 모순된 말을 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저명한 아동 심리학자 진 피아제에게 이런 점을 문의한다면 피아제는 아이가 8세가 될 때까진 괜찮을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는 피아제의 의견과 다르다.

피아제가 8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어른의 모순적인 말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이유는 이 시기 아동이 모순적인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가령 “양초는 물에 가라앉아요. 둥글기 때문이죠”라고 말한 아이가 “공은 물에 뜰 거예요. 둥글기 때문이죠”라는 모순적인 말을 하는 모습들이 관찰된다.

하지만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아이들이 간혹 이처럼 비논리적인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모순된 말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8세보다 훨씬 이른 4세부터다.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으로 3~5세 사이 아동 74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동영상 클립을 보도록 했다. 각 영상에는 세 사람이 등장해 한 사람이 나머지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질문자는 “오늘 네가 본 공에 대해 묘사해보겠니?”라고 묻고 나머지 두 명은 이에 답한다.

답변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은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큰 공을 봤어. 그 공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공이지”와 같은 모순적인 말을 했고, 나머지 한 명은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큰 공을 봤어. 그 공은 세상에서 제일 말랑한 공이야”처럼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대답을 했다.

동영상 클립들을 본 4~5세 사이의 아동들은 대체로 모순적인 답변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반면 3세 아동은 아직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5세 아동은 모순적인 말을 한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연구팀이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어떤 사람에게 물어볼 것인지 질문하자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답변을 했던 사람을 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4~5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책 속에 담긴 모순적인 말을 찾아보도록 했다. 이 실험에선 오직 5세 아동만이 분별능력을 보였다. 4세 아동은 실질적인 대화와 달리, 책 속에서는 모순을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했다. 이는 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추론케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억력과 정보처리능력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이러한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이 모순을 보다 잘 감지하는 능력을 보였다. 이러한 실험들을 통해 볼 때 아동의 나이, 다양한 인지기능 등이 모순을 감지하는 능력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출처 : 아이클릭아트]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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