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와 담배 한 개비, 술 한 잔

암 환자 진료하는 의사의 고민

의사로서 암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물론 치료적인 문제, 즉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고 환자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를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아주고 수많은 암관련 정보의 옳고 그름을 과학적 근거하에 이해를 시켜 온전히 암치료를 잘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말로 더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치료의학과 정보의 발달로 세계 어디서든 암에 대해 치료는 이미 표준화되었다. 즉 암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표준화 치료가 정해져 있으며 진행성 암에서 선택해야 하는 항암약물의 종류도 표준화 되어있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약물을 포함한 치료방법 선택에는 그리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암환자의 영양, 삶의 질, 그리고 정서적인 면을 더 강조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실제로 암환자들은 의사가 결정한 항암약물 종류가 어떠한 것인지 그리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앞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니면 금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더 관심이 많다.

“선생님! 제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담배 한 개비 정도는 피워도 되겠지요? 술 한잔 정도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환자의 생존율 증가와 항암약물 반응에 주로 관심이 있었던 의사는 너무 단순한 질문에 당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질문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의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답할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주로 췌장암 환자를 진료한다. 대개 진단 당시 나이가 65세 이상이고, 대부분 수술이 가능하지 않아 항암약물 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인 환자들이다. 물론 췌장암의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아 5년이상 생존이 5-10%밖에 안된다. 나는 이러한 것을 고려하여 담배나 술에 대해 너무 엄격하게 적용시키지는 않는다. 70평생을 살아온 환자들의 생활패턴을 암치료라는 것으로 단칼에 변경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식이패턴과 마찬가지로 기호식품인 술, 담배를 어찌 한번에 끊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담배 한 개비, 한 잔의 술” 이런 정도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담배는 폐가 좋지 않거나 만성폐질환이 있는 경우는 철저히 멀리하도록 당부한다.

그러나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만으로도 완치가 되고, 항암약물 치료도 필요 없고, 살아야 될 날이 창창한 비교적 젊은 환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즉 3-5년 이상 충분히 건강 생존이 가능한 경우는 한 개비의 담배라도 허락하지 않는다. 기존 암의 재발뿐만 아니라 다른 암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술의 경우는 간에 문제가 없다면 한 잔 정도는 허용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담배는 거의 모든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 특히 폐암, 후두암, 구강암이 대표적인 암이고 소화기계 암인 식도암, 위암, 췌장암, 대장암 등이 담배와 관련이 높다. 담배는 이러한 암의 발생뿐만 아니라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신체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수술, 항암약물치료 등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 계속 흡연을 할 경우는 수술 후 회복을 더디게 하고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을 저하시킨다. 또한 흡연으로 인한 폐렴, 호흡부전을 야기할 수 있고, 흡연과 관련된 또 다른 암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환자가 “선생님 제가 살아야 얼마를 더 살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독한 항암치료를 열심히 받아도 2년 이상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 선생님이 저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환자들이 이야기할 경우 의사도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분은 70세가 넘고 항암약물 반응이 30% 정도인데 정말 담배 한 개비도 허락을 하면 안되나?’ 의사는 환자들의 상황마다 득과 실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고, 아마도 이 환자의 경우는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의사들이 흡연을 허락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술 한잔은? 술 한잔 역시 암환자에게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소주 1잔과 맥주 1잔, 위스키 1잔은 동등하게 알코올 약 11g으로 계산한다. 술과 관련된 소화기계 암은 식도암, 간암, 대장암 정도인데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한 잔 정도의 적은 양의 술은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한다’라고 권하고 있다. 즉 술이 항암약물을 포함하여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과 상호작용이 없다면 마셔도 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의학정보에서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50g 정도 이상에서 의미 있는 연관성으로 보이므로 하루에 한 잔 정도의 술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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