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입랜스, 영국은 ‘공짜’ 한국은 ‘21만 원’?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화이자제약의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 논란이 고가 논란을 넘어 환자 차별 문제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입랜스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호르몬 수용체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R+/HER2-),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레트로졸 병용 또는 내분비 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 병용 요법으로 시판 승인을 받았다.

이후 11월 국내에 출시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는 입랜스는 급여화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급여 적정성을 검토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입랜스의 가격은 한 알에 21만 원으로,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가 한 달을 투약할 경우 500~550만 원에 이르고 주사까지 병행하면 1년이면 1억 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고가여서 환자들이 부담하기엔 벅찬 상태다.

전체 유방암 중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들이 입랜스와 관련 화이자제약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유방암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좋은 신약을 처방받고 싶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처방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입랜스의 신속한 급여화와 함께 약제비 지원을 화이자제약 측에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한국화이자제약은 “입랜스 급여화 신청을 하고 나서 수 개월간 환자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본사와 내부적으로 논의해 왔다”며 “6월 중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해외 언론을 통해 영국화이자제약이 입랜스 급여 차질 문제로 자국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급여 결정 전까지 최대 5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환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단체 ‘HPBCF(Hormone Positive Breast Cancer Forum, Korea)‘는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 질병의 환자들이 동일 회사로부터 차별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내 환우들에게도 영국화이자와 동일한 입랜스 무료 제공 프로그램을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단체는 “영국의 급여 심사 차질보다 한국의 급여 절차는 더 심각한 재앙에 속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급여 기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며 “영국과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공지했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한국화이자제약 측은 영국의 입랜스 무료 지원의 경우 한정된 케이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화이자도 많은 환자들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나라마다 보험 급여 절차나 헬스 케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영국의 여러 환경을 고려한 한정된 케이스로 진행되는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역시 영국과는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환자들이 입랜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6월 중에 실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단체 HPBCF는 “한국화이자제약이 홈페이지에서 언급한 인류의 건강은 특정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입랜스를 둘러싼 차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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