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의견 엇갈리는 ‘입랜스 급여화’

최근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에 대한 급여화 논란이 한창이다. 환자들의 생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암제 가격이 고가 논란에 휩쌓인 것인데 급여화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상반된 주장이 환자 단체에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고가 치료제 급여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화이자제약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11월 23일 입랜스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하며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폐경 후 여성의 일차 내분비 요법으로서 레트로졸 병용 또는 내분비 요법 후 HR+/HER2- 진행성 유방암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 병용 요법으로 시판 승인을 받았다.

특히 입랜스는 임상 시험에서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대한 효과가 입증됐으며, 기존 치료제에 비해 유방암 무진행 생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증가시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나타내 유방암 환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입랜스를 처방받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급여화 촉구 목소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유방암 환우 400명이 자발적으로 만든 환자단체 ‘Hormone Positive Breast Cancer Forum, Korea(HPBCF)’가 보도 자료를 통해 입랜스의 약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은 입랜스의 급여화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입랜스 급여화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에 있다.

입랜스는 현재 한 알에 21만 원의 가격이 책정된 상태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가 한 달을 투약할 경우 500~550만 원에 이르고 주사까지 병행하면 1년이면 1억 원 정도의 이를 정도로 고가이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퍼제타의 경우도 비급여로 고가의 약값을 자랑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로슈가 한국혈액암협회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어 입랜스에 비해 환자들의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지원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국 유방암 환자들은 영국 환자들보다 비싸게 입랜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리나라에서 한 달 기준 500~550만 원인 입랜스 약값이 영국에서는 42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화이자 측은 “입랜스의 급여화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서를 냈고 현재도 급여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영국과의 가격 차이에 대해서도 “입랜스의 유통과 세금 문제, 브렉시트로 인한 환율 영향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유방암 환자 1500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입랜스의 급여화 문제는 아직 논란거리가 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입랜스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20여 명에 불과하고 국내에 시판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약에 대한 정보도 없다”며 “입랜스를 대체할 급여가 적용된 치료제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유방암 환우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는 단체의 한 명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것이 확산된 것”이라며 “우리는 그 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른다. 우선 입랜스가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나타내는지 자료 축적과 분석이 먼저 선행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이자제약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입랜스의 급여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급여화 시기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급여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대학병원 유방암센터 관계자도 “입랜스가 승인을 받고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지만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 의약품”이라며 “입랜스의 급여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입랜스와 비슷한 약들이 있는 상태고, 다른 경쟁 의약품에 비해 월등한 약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기간 내에 급여화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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