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퇴출’ 첨예한 대립…”생명권이냐 원칙이냐”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보건 당국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되면서 그 피해를 백혈병 환자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년 동안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위해 의사들에게 25억90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한국노바티스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6명이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노바티스 33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 업무 정지 처분에 갈음해 2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9개 품목은 판매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식약처로부터 행정 처분을 받은 42개 품목 중 비급여 1품목을 제외한 41개 품목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급여 정지 처분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대체 의약품이 없는 23개 품목은 보험 급여 적용 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체 의약품이 있는 18개 품목은 원칙적으로 보험 급여 정지 처분이 예상된다.

“대체 의약품 있지만 부작용 우려”

문제는 노바티스가 국내에 들여온 글리벡이다. 글리벡은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백혈병 치료제로서 대체 의약품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백혈병 환자 5000명 가운데 3000여 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복지부가 글리벡에 대해 보험 급여 정지 처분을 내리면 글리벡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적게는 130만 원에서 많게는 250만 원의 약값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에 대한 행정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을 원하는 이유는 확실한 약효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글리벡이 국내에 들어온 2001년 6월 이후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5~6년 이내 대부분 사망했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생존 기간이 획기적으로 연장됐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 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90%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 생존했기 때문이다.

글리벡의 우수한 효능이 확인되고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앞 다퉈 복제약을 시판했다. 뿐만 아니라 글리벡보다 효능이 우수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BMS의 ‘스프라이셀’, 노바티스의 ‘타시그나’, 일양약품의 ‘슈펙트’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글리벡으로 치료를 받는 백혈병 환자들은 치료제를 쉽게 바꿀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혹시나 모를 부작용 발생 우려 때문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측은 “글리벡에서 다른 대체 신약으로 교체할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으로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드물지만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글리벡 치료 시에는 없었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뿌리 뽑아야”

반면, 글리벡에 대한 보험 급여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원칙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원칙론을 주장하는 시민 단체들은 반복되는 불법 리베이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예외 없이 원칙대로 보험 급여 정치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백혈병 환우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대체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도 실체가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글리벡에 대한 보험 급여 정지 처분이 내려져도 환자들은 30여 개가 넘는 글리벡 복제약을 사용하면 된다”며 “복제약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과 동등한 약리 작용을 하고 약값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환우회가 대체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확인된 것이 아닌 막연한 불안감”이라며 “당장 힘들다고 불법 리베이트 행정 처분에 예외를 두면 결국에는 환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지게 된다”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즉,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복제약과 효능이 좋은 신약 등으로 충분히 치료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예외 없이 보험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내려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글리벡에 대한 행정 처분과 관련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며 조만간 글리벡에 대한 행정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시민 단체 3곳은 11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글리벡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보험 급여 적용 정치 처분을 촉구할 예정이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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