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많이 하는 사람 되레 불행하다

인간은 공상하는 존재다. 우리는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려고, 멋진 창작물을 만들려고 시시때때로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의 세계를 상상한다. 지루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는 공상은 저 멀리 있는 행복을 간접체험하게 한다. 하여 공상을 잘하는 사람은 현실적인 사람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실제로는 행복한 공상이라도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현실에 집중하는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왜 그럴까?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맷 킬링워스 박사는 “가상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사람보다 불행한 경우가 흔하다. 이는 공상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요는 현실에서 경험하는 기쁨이 공상보다 훨씬 생생하고 즐겁다는 것이다.

공상에는 행복한 상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의외로 재난, 해고, 실연 등이 등장하는 부정적인 공상을 자주한다. 부정적 공상은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킬링워스 박사는 사실 우리 일상에서 공상으로 정신적 도피를 해야 할 만큼 나쁜 상황은 드물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생각보다는 행복하다.”

공상 자체가 그렇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중독적으로 몰두할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할 수 있다. 얼마나 공상해야 중독일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통 사람은 대개 깨어 있는 시간의 16%를 공상에 쓰는데 중독인 사람은 깨어 있는 시간의 50% 이상을 공상에 바친다고 한다.

킬링워스 박사는 공상이 개인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우울한 기분은 공상을 하는 원인이 아니라 공상으로 생기는 결과다. 지속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다보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실제 신체,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공상을 하지 않도록 통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를 즐겨라’라는 격언에는 행복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지루해 보이는 현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순간을 찾아보면 어떨까. 공상의 역설을 논한 킬링워스 박사의 논문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되었다.

[사진출처: 아이클릭아트]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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