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명칭 갈등, 바이오와 제약은 다르다?

‘바이오’ 명칭을 둘러싼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의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는 바이오를 붙여 명칭을 개정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바이오제약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명칭을 사용해선 안된다며 ‘대치중’이다. 두 제약업계의 갈등에 제약과 바이오제약이 서로 다른 영역으로 비춰지고 있다.

– 제약-바이오는 다르다?

그렇다면 바이오를 둘러싼 업계의 갈등은 왜 일어났을까? 제약과 바이오가 구분돼야 할 만큼 다른 영역인 것일까?

먼저 사전적 풀이를 보면 제약은 약재를 섞어서 약을 만드는 과정 또는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약을 뜻한다. 반면 바이오의 경우에는 ‘생’이나 ‘생물’을 의미하는 접두어로서 생화학, 생원소 등과 같이 사용된다.

사전적 풀이로만 보면 제약과 바이오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제약산업으로 한정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약산업으로만 놓고 본다면 제약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제약에는 크게 케미컬의약품, 천연물신약, 바이오의약품 등 세가지의 의약품이 있다.

제약산업의 기초가 됐던 케미컬의약품은 화학물질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이고, 천연물신약은 천연 동물과 식물 등의 특정한 성분을 추출해 만든 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유전자나 세포 등을 재조합 또는 융합하는 생명 공학을 이용해 만든 의약품이다.

즉, 바이오의약품으로 대변되는 바이오제약은 적어도 제약산업에서만큼은 제약에 포함되는 하위 개념인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도 “바이오제약은 제약이라는 워딩안에 포함되는 분야”라며 “바이오 자체는 원래 있었던 것으로 이를 여러 산업분야에서 접목시키며 발전했다. 그 중에서도 산업화가 가장 빨리 일어난 곳이 제약쪽이다”고 설명했다.

– 불필요한 갈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협회는 제약협회가 변경하려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라는 명칭은 바이오의약품에 한정된 의미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협회는 기존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약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단체이고 바이오협회는 바이오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단체”라며 “제약바이오협회라고 하면 바이오의약품에 한정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해외에서도 제약바이오를 같이 사용하는 단체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약 및 바이오 유관 협회의 명칭사용에 대한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제약협회(PHRMA), 일본제약공업협회(JPMA), 유럽제약산업연협회(EFPIA)등이 제약협회라는 명칭을 사용 중이다. 또한, 바이오협회라는 명칭의 경우 미국바이오협회(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BIO), 일본바이오협회(JBA), 유럽바이오산업연합회(EuropaBio) 등으로, 제약과 바이오라는 단어는 명칭에서 구분돼 사용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칭 변경에 대한 제약업계의 갈등은 불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개념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제약산업의 유관단체의 명칭 변경은 시대적 상황과 흐름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제약이 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를 비롯 각종 투자가 몰리자 제약업계가 이를 차지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바이오협회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다”라면서 “제약협회와도 사이가 나쁘지 않고 바이오제약 분야는 현재까지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제약협회 홈페이지>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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