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꿈꾸는 제약기업.. 기업가치는 하위권

최근 몇 년간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주목받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바이오 제약기업들이 정작 기업가치 평가에서는 하위권을 맴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평가기준이 되는 시가총액(3일 오후 현재)을 살펴본 결과 상위권 내에 있는 기업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과 IT와 화장품 계열의 신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NAVER, 아모레퍼시픽, 엔씨소프트 등이었다.

반면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 육성하려는 제약 바이오 분야 기업들의 이름은 순위표 앞부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을 이끌고 있는 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이른바 빅5 제약사의 이름은 하위권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순위를 살펴보면 더욱 참담하다. 제약기업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한미그룹의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각각 68위와 74위에 올라있다. 이어 보톡스 수출의 호성적과 생산시설 증대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메디톡스가 94위, 1조 매출이 예상되는 유한양행은 97위로 턱걸이로 100위권 내에 들었다.

또 다른 1조 매출 기업 녹십자의 경우 2016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100위권 밖인 125위에 자리했다. 뿐만 아니라 10대 제약사로 꼽히는 대웅제약은 187위에 그쳤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제약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약업계의 가장 큰 임팩트는 신약개발인데 이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사실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은 ‘0.02%의 기적’으로 상징되고 있다. 신약개발은 10년이 넘는 시간과 1조원이 넘는 거대 자본이 투여된다.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 중단과 실패, 이로 인한 수출 계약 파기 등의 리스크는 어쩔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경우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기술 수출을 하고서도 지난해 8월 계약이 해지됐으며, 12월에는 1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과정에서 임상시험이 유예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주가 하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유한양행은 중국 제약사와 폐암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지만 중국 제약사의 일방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대웅제약과 녹십자 등 여러 제약기업들도 신약 개발 중 임상시험 중단,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으로 R&D 비용을 날린 경험이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글로벌 제약산업의 불확실성과 지난해 부터 이어진 악재로 인해 주요 제약기업들의 시가총액이 1월 한달 동안 줄줄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경우 제약산업 자체의 리스크가 크다.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도 아직 적고 해외영업가치 평가가 불확실한 점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은 최근 R&D 투자와 연구인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점차 신약 파이프라인 수가 증가하고 있어 제약기업의 평균적인 기업가치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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