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약 판매, ‘안전’하게 이뤄지고 있나

보건복지부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의 품목 조정을 검토하자 약사들이 안전성을 이유로 집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상비약 취급 업소에 대한 안전점검이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보건당국 관계자의 주장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약을 취급하는 편의점 관리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약국과 마찬가지로 행정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유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안전상비약의 1회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연령에 따른 판매 제한(12세 이하),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 운영, 판매자에 대한 안전상비의약품 관리 교육 및 종업원 감독 등 준수사항이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비약 취급 업소에 대한 행정점검은 보건소를 통해 이뤄지고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상비약 판매 중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비약 취급 업소에 대한 행정점검은 약국과 마찬가지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상적인 행정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대한약사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300개 편의점 중 무려 72.7%에 해당하는 215개 점포가 동일품목을 한 사람에게 2개 이상 판매하거나 등록증을 게시하지 않는 등의 위반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복수의 일선 보건소를 취재한 결과 보건당국의 행정점검은 횟수도 적을 뿐 아니라 현실적인 제약으로 위반사항을 적발하거나 관리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였다.

상비약을 취급하는 편의점의 행정점검은 보건소 약무팀이 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팀장을 포함해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수백개의 편의점을 점검하는 것이다. 더구나 약무팀은 편의점뿐만 아니라 약국, 도매업체, 의료기기 업체까지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1년에 1~2번 정도의 행정점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업소 입장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만 보건당국의 행정점검을 받게 되기 때문에 점검 당일만 ‘잘 넘기면’ 되는 실정이다. 또한 이 마저도 업주가 직접 기입하는 자율점검표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측도 어렵게 나간 행정점검에서도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실제로 파악이 힘들다는 주장이다. 경기도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상비약 취급업소에 대한 행정점검은 기본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계획안이 내려온다”며 “우리 보건소의 경우 지역을 나눠서 2년에 한번 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담당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가 상비약 취급 업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수백개의 업소를 모두 점검 하는 것은 무리다. 1년에 한 번 하는 정도”라며 “점검을 나가도 위반사항을 적발하거나 이를 통해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서울의 또 다른 보건소 관계자도 “상비약 취급 편의점에 대한 행정점검을 하고 있지만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인원 문제도 있고 현실적으로 현장에서 위반사항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어려움 때문에 상비약 판매 업주가 직접 작성하는 자율점검표로 기본적인 행정점검을 실시하고 위반사항을 표기한 업주나 자율점검표를 제출하지 않은 업주에 대해 현장점검을 나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율점검은 위반사항을 적발하기 보다는 사전예방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상비약 취급 업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와 관련 약사회 관계자는 “판매업소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안전상비약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제도의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관리 체계라면 제도를 철회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Jinning Li/shutterstoc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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