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하면 반응속도 빨라진다

골든글로브 7관왕,아카데미 역대 최다 후보라는 타이틀로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영화 라라랜드의 남자 주인공은 피아노 연주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환상적인 미장센과 주인공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황홀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기 연주는 이처럼 멋스럽기만 한 게 아니다. 건강상 이점도 크다.

최근 보고된 논문에 따르면 악기 연주는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반응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악기 연주는 특히 노년층에게 이롭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은 뮤지션 16명과 일반인 19명을 대상으로 반응속도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전원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이다. 뮤지션 그룹은 최소 7년 이상 바이올린, 피아노, 하프, 타악기 등의 악기 연주 훈련을 받아왔다.

실험참가자들은 소음이 없는 고요한 방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거나 작은 상자에서 진동이 느껴질 때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실험에 참여했다. 청각과 촉각을 이용한 반응속도 실험이다. 실험 결과, 뮤지션 그룹이 일반인 그룹보다 빠른 반응속도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의생명과학 연구팀은 뮤지션은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고, 정기적으로 이 같은 감각을 미세 조정하는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보았다.

손가락을 이용해 때로는 강하게 또 때로는 부드럽게 악기를 건드리며 정확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훈련을 수년간 반복하는 과정에서 감각 신경 통로가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응속도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퇴한다. 연구팀은 악기를 연주하면 반응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노화로 인한 인지감퇴를 지연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나이가 들어도 기민한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응속도와 인지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단정 짓기엔 아직 이르지만, 선행 연구에서 노래와 같은 음악치료가 치매 환자들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단 점이 발견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뇌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사실일 것으로 보인다.

악기 연주와 다감각 발달 사이에 대한 연관성이 보다 명확히 입증되면 인지기능 감퇴를 예방하는 방안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뮤지션이 아닌 일반인이 뒤늦게 악기를 배워도 효과가 있을까. 나이가 든 이후 시작하는 악기 연습이 뇌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확신은 아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해가 될 것은 없단 점에서 시도해볼 수 있겠다. 최소한 악기 연주가 삶을 즐겁게 만들고, 일과 휴식 사이의 균형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겠다. 이번 연구는 ‘뇌와 인지(Brain and Cognition)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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