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옆에선 위험 행동 자제”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무모한 행동을 가장 거침없이 하는 시기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기도 하고 옥상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셀프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한다. 몸집은 어른처럼 커졌지만 뇌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처럼 덜 성숙한 뇌도 엄마 앞에서는 달리 작동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에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과 보상에 관여하는 영역이 있다. 청소년과 성인은 두 영역의 연결에 구조적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생물학적 차이만이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을 결정하는 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어른이 주변에 머물러 있으면 위험한 행동을 상대적으로 덜 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위험한 행동을 하고 난 뒤 보상과 연관된 뇌 영역도 평소보다 덜 활성화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사회적 발판’이라고 부른다. 어른의 존재가 아이를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또 최근 ‘발달과학(Developmental Science)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의 뇌는 낯선 어른보다 엄마처럼 친숙한 어른이 가까이 있을 때 사회적 발판이 더 효과적으로 나타나도록 만든다.

연구팀은 15세 청소년 23명에게 게임을 하도록 요청하고, 그동안 뇌를 스캔했다. 게임은 신호등의 노란불이 들어올 때 자동차 속도를 높여 그대로 질주할 것인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출 것인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속도를 높여 질주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운전사고 위험률은 높아지게 된다.

실험참가청소년들은 총 두 차례에 걸쳐 게임에 참여했다. 한 번은 엄마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은 낯선 여성 교수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진행했다.

실험 결과, 아이들은 엄마가 지켜볼 때 위험한 행동을 덜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단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뇌 스캔을 통해 확인한 신경학적 수치는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엄마가 지켜볼 때 안전한 선택을 하면 보상과 연관된 뇌 영역이 좀 더 활성화됐다. 반대로 위험한 결정을 내렸을 땐 보상 관련 영역의 활성화가 떨어졌다. 엄마의 감시가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을 덜 하도록 뇌를 조정했다는 의미다. 엄마의 감독은 아이의 뇌를 성숙한 패턴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볼 때 부모, 최소한 이번 실험을 통해 볼 때 엄마만큼은 청소년의 뇌가 위험한 행동을 처리하는 과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단 이번 연구는 실험규모가 매우 작았고, 엄마와 아이의 평소 관계를 비롯한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험의 한계가 지적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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