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있는 병실, 이전엔 누가 사용했을까

병원은 청결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각종 병원균이 바글거리는 공간이기도하다. 특히 병원에 입원한 환자라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입원실 침대를 사용한 이전 환자의 존재가 궁금할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전 사용자가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면 다음 이용자는 세균 감염에 의한 설사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 디피실리)이라는 장내 세균은 장염을 일으켜 설사병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심지어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병원 입원환자 중 항생제 치료를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이 세균에 감염될 위험률을 높인다는 게 최근 연구결과다.

항생물질이 건강한 장내 박테리아의 생존과 번식을 방해하면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이번 논문에 따르면 항생물질을 복용한 환자는 병원 내 미세환경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이처럼 감염 위험률을 높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콜롬비아대학교의료센터 다니엘 프리드버그 박사는 “기존의 연구들이 이미 항생물질이 군집효과를 일으킬 수 있단 점을 증명한 바 있다”며 “군집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는 항생물질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0~2015년 사이 병원 4곳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단 입원환자 중 최근 C. 디피실리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환자나 이전 침대 사용자가 24시간 이내에 퇴원한 케이스는 실험대상에서 제외했다.

실험 결과, 500명 이상의 입원환자가 C. 디피실리에 감염된 결과를 보였다. 또 이 감염증은 이전 침대 사용자가 항생제를 받았을 때 22%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장내 미생물군집 중 C. 디피실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 세균이 침대, 바닥 등 병실 내 다른 공간으로 옮겨 붙으면서 다음 차례로 병실을 이용한 환자의 C. 디피실리 노출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C. 디피실리는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감염된 환자가 퇴원한 뒤에도 병실 내 환경을 완벽하게 살균하기가 쉽지 않다. 표백제로 충분한 기간을 두고 깨끗하게 청소해야 사멸 가능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봤을 때 항생제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사용돼야 하며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돼선 안 될 것으로 보았다. 또 추가실험을 통해 이번 연구내용을 보다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면 항생제 사용과 입원실 관리 등에 대한 정책적 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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