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감에 따른 답변도 ‘논리적’일 수 있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심할수록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점이 있다. 반면 추리 없이 곧바로 떠올리는 직관적인 사고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재빨리 떠올리는 직관적 사고가 논리적일 수 있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겸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사람이 두 가지 심리체계를 가진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하나는 직관에 따른 자동적 결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논리를 따른 정밀하고 계획적인 결정이다. 또 공을 많이 들일수록 후자에 해당하는 심리체계(심리체계 2)가 전자의 심리체계(심리체계 1)를 교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인지(Cognition)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프랑스 연구팀은 카너먼 교수의 주장과 상반된 논리를 펼쳤다. 심리체계 1은 심리체계 2의 도움 없이도 논리적인 사고를 도출할 수 있단 내용이다. 심지어 심리체계 2가 개입해 심리체계 1의 사고를 뒤엎는 일은 드물다고 주장했다. 심리체계 1, 즉 직관적인 사고만으로도 논리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단 것이다.

연구팀은 수백 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몇 가지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가령 “IT기술자와 권투선수가 모여 있다. L씨는 힘이 센 사람이다. IT기술자 995명과 권투선수 5명이 참여한 자리에서 L씨는 두 부류 중 어디에 속할까?”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같은 질문은 편견이 형성돼 확률이론을 무시한 답변이 도출되도록 유도한 질문이다.

즉 이 질문의 함정은 권투선수는 IT기술자보다 힘이 셀 것이란 편견 때문에 IT기술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확률론을 벗어나 L씨를 권투선수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답변은 “L씨는 힘이 센 It기술자일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답변을 비교하기 위해 일부 질문은 이처럼 편견을 형성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고, 일부는 확률이론에 따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문장을 준비했다. 확률이론에 따른 답변은 위 문장에서 IT기술자를 5명, 권투선수를 995명으로 바꿔 질문한 케이스다.

실험참가자들은 삼단논법에 따른 문장들의 논리성도 평가했다. 가령 “모든 개는 다리가 4개다. 강아지는 개다. 강아지는 다리가 4개다”라는 삼단논법이 있을 때 마지막 문장이 논리적인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대답할 시간을 짧게 줘 직관에 따른 답변을 하도록 유도한 다음, 이후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 시스템 2에 따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짧은 시간이든 충분한 시간이든 절반의 케이스에서 잘못된 답변을 했다. 이는 연구팀이 예상했듯 실험참가자 중 일부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도 논리적인 사고가 어려울 것이란 부분이 반영된 결과다.

직관을 따랐을 땐 잘못된 답변을, 좀 더 충분한 생각을 한 뒤엔 올바른 답변을 한 실험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카너먼 교수의 이론에 부합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런 케이스는 오직 10%에 불과했다. 오히려 직관에 따라 곧바로 답했을 때 올바른 답변을 한 케이스가 30%로 3배나 많았다.

단 이 같은 실험 결과는 다른 식의 해석 역시 가능하다. 직관에 따른 답변을 한 뒤 충분한 시간을 줘도 이미 형성된 편견 때문에 시스템 2가 불능화됐을 가능성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짧은 시간을 줬을 때도 직관에 따른 답변을 안 했을 수 있을 가능성이다. 즉 이번 연구는 기존 카너면 교수의 논리를 반증하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좀 더 확정적인 논리를 위해 추가 실험이 필요하단 평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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