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공간지각능력, 감정 차이에서 비롯된다

각 개인을 평가할 땐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차이에 함몰돼선 안 된다. 성별차보단 개인차가 크단 사실을 인식해야 편견 없이 상대방의 자질과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차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는 이유는 남녀의 생리학적 차이가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질병 치료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최근에도 성별차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물리적인 차이보다 감정적인 차이에 주목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설명하는 보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심적 회전’ 능력 차이다. 심적 회전능력이란 도형 이미지를 보여준 뒤 해당 도형을 머릿속에서 회전시켜 특정 각도가 됐을 때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 알아맞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우수하다. 그런데 두뇌 기능 차이에서 기인할 것으로 생각했던 이 능력이 감정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심리학연구(Psychological Research)저널’에 실린 독일 연구팀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심적 회전 능력은 평균적으로 남성이 뛰어났지만, 여성 중에도 남성처럼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한 경우엔 남성과 유사한 수준의 심적 회전 능력을 보였다.

즉 심적 회전 능력은 남녀의 공간지각능력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그보단 감정 차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남성은 슬프고 힘든 감정을 숨겨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남성은 감정을 감추는 반면, 여성은 좀 더 자유롭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차이가 인지능력 차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여성 28명, 남성 28명 등 총 56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평소 감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감정을 겉으로 잘 표출하는지, 속으로 감추려하는지 물은 것이다. 그리고 심적 회전 과제 48개를 완성하도록 했다. 각 문제마다 4초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컴퓨터 스크린 왼쪽에 있는 삼차원 모형이 오른쪽에 있는 모형과 각도만 다를 뿐 동일한 형태의 도형인지 판단하는 방식의 문제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문제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졌고, 각 문제가 끝날 때마다 “이런, 실수하셨네요”와 같은 문장과 얼굴표정 이모티콘을 제공해 정답을 맞혔는지 아닌지 피드백을 제공했다.

실험 결과, 전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정답률이 높았고, 바로 앞 문제가 틀렸을 때 연달아 나온 문제가 틀릴 확률은 낮았다. 연구팀은 이처럼 연달아 틀릴 확률에 주목했다. 이는 이모티콘과 문장의 부정적 피드백의 영향을 받아 감정이 흔들리고 집중력에 방해를 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감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남성은 대체로 감정을 숨기는 기질을 가진 반면, 여성은 겉으로 잘 표출하는 그룹과 감추는 그룹으로 나뉘는 특징을 보였다.

그리고 감정을 숨기는 경향이 있는 여성들은 남성과 동일한 수준의 심적 회전 능력을 보였다. 전체 정답 개수는 물론, 연달아 답을 맞힌 부분에 있어서도 유사한 능력을 보였다.

실험 규모가 작았던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감정이 인지능력을 좌우한다는 확정적인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심적 회전 능력이 공간지각능력과 연관이 깊을 것이란 기존 관점과 달리 감정 차이에서 기인할 가능성도 있단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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