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로모션 늪에 빠진 제약업계

“국내 제약사들이 코프로모션 늪에 빠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가 코프로모션을 두고 한 말이다. 제품력과 영업력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제약업계 특성상 제약사간의 파트너십인 코프로모션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다. 하지만 두 개의 제약사 또는 다수의 제약사가 한 배를 타야 하는 코프로모션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제약사들의 곡소리가 들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ㅡ제품과 영업의 절묘한 하모니

제품력과 영업력의 만남. 코프로모션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다. 국내에 자사 오리지날 약을 판매하려는 거대 외국계 제약사는 국내에 영업기반이 없어 국내 제약사들에게 영업을 맡기는 코프로모션을 활용한다.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는 마케팅이나 홍보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국내 제약사들도 판매 대행을 통해 매출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외형성장의 목적으로 코프로모션에 적극적이다. 제품력의 외국계 제약사와 영업력의 국내 제약사간 절묘한 하모니이다.

이번 달만 하더라도 삼일제약이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인 레일라정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고, 보령제약도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하루날디와 베시케어 등과 코프로모션 협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엉엽조직이 뛰어난 국내 대형제약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코프로모션에 중소제약사들까지 진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영진약품은 세르비에의 당뇨병치료제 디아미크롱 서방정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제약사들이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 도입을 통해 매출 등 외형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코프로모션의 영향력은 확실하다. 매출 상승이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매출 1조원이 유력한 유한양행의 경우도 전체 매출의 30%이상이 코프로모션 수수료일 정도이다.

코프로모션을 진행할 경우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판매대행수수료가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출상승으로 바로 직결된다.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4.6%증가한 1415억 원을 기록한 영진약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코프로모션 계약에 실패하거나 판매대행권한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경우엔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웅제약은 MSD의 자누비아와 아토젯, 바이토린 코프로모션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2000억 원의 매출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ㅡ수수료 전쟁에 독소조항까지

외부로 보여지는 매출상승이라는 화려함 뒤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드러내놓고 언급하진 않지만 경쟁에 따른 수수료 하락과 외국계 제약사의 불공정 계약조항 등으로 이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초 제약업계에서는 코프로모션 갈아타기 현상이 유독 두드러졌다. MSD는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판매사를 바꿨고 BMS는 보령제약과 항암제 탁솔, 바라크루드 코프로모션 계약을 종료하고 한국BMS제약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프로모션을 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경쟁으로 인해 외국계 제약사에게 제시하는 수수료가 낮아진 것이 원인”라며 “MSD의 코프로모션 갈아타기도 종근당이 MSD에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안해 입찰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혔다.

더욱이 외국계 제약사가 제시하는 판매수수료가 이미 국내 제약사들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 현장 인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국내 제약사는 외국계 제약사와 코프로모션 재계약을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수준 이하의 수수료를 제시해 계약을 포기했다.

게다가 구체적인 계약기간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식의 불공정 계약까지 종용하고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제품력과 영업력의 절묘한 하모니로 서로 윈윈이 돼야 할 코프로모션이 외국계 제약사의 갑질 창구로 전락했다.

한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의 저가 수수료와 계약서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은 코프로모션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며 “특히 수수료 전쟁은 국내 제약업계의 공멸을 가져다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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