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지각, 뇌에서 일어난 착각 탓?

학교 등교시간이나 회사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자꾸 지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일 다니는 익숙한 경로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지각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익숙함’이 뇌에 미치는 특정한 영향이 지각의 원인이 된다. 

 

학술지 ‘해마(Hippocampus)’저널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익숙한 공간의 ‘면적’과 ‘이동시간’을 상반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면적은 과대평가하지만 이동시간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물리적인 거리는 실제보다 먼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이동시간은 실제보다 가까운 것으로 왜곡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9개월간 같은 빌딩에 거주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A4 용지 한 장에 그들이 사는 지역을 지도로 그려보도록 했다. 실험참가 학생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걸어서 이동해본 경험은 있지만 운전해서 이동해본 경험은 없다. 스케치하는 시간은 제한을 두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다. 또 그들이 거주하는 빌딩은 연구팀이 제시한대로 일정한 비율의 크기로 지도에 표기했다.

지도를 그린 뒤에는 그들이 사는 빌딩에서 특정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이 제공한 해당 지역의 위성지도를 본 뒤 매일 그들이 걷는 경로를 표기했다.

실험 결과, 학생들이 그린 지도는 그들이 자주 걷는 익숙한 거리를 중심으로 스케치됐으며 익숙한 길은 낯선 길보다 큰 공간으로 과장돼 표현됐다. 그런데 이동시간에 대해선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낯선 거리보다 익숙한 거리를 통과해 목적지로 향할수록 이동시간을 짧게 평가한 것이다.

익숙함이란 뇌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연구팀에 따르면 ‘면적’과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의 신경체계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동시간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산되는 반면, 지도 그리기를 통한 공간의 크기는 경험이 아닌 복원이라는 사고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잦은 지각은 이 같은 뇌 기능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는 익숙한 곳을 향할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동시간을 참조하는데, 앞선 실험을 통해 확인했듯 이동시간은 과소평가된다. 실제보다 짧은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란 착각 때문에 시간을 빠듯하게 잡고 출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부터 지각할 땐 “제 뇌가 익숙한 길이라 이동시간을 과소평가한 것 같습니다”란 핑계를 댈 수 있을까. 물론 이 같은 핑계가 통하진 않는다. 반복적으로 지각한다면 좀 더 일찍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역시 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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